대학교 3학년,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다

프롤로그

by 송경수



대학교 3학년, 수강신청을 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아직 봄이 오기에는 손끝이 시려웠고, 다가오는 봄을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시기였다. 방 안의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면, 그 차가움에 나를 움츠리게 했지만,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이불속에서 일으켜 세웠다.


아침 10시가 되자마자, 바깥의 추위와는 달리 온몸에는 열정이 가득한 상태로 마우스를 사정없이 클릭했지만, 돌아온 것은 수강신청 실패였다. 전공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수업은 다시 짜야할 판이었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수강신청을, 그것도 3학년이 되어서 실패하게 되다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미 실패는 해버렸고, 이제 다시 시간표를 짜야했다. 참으로 갑갑했다. 그러나 대학교 3년을 다녔으니, 이제는 알아서 발품을 팔아 시간표를 다시 짤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시간표를 다 짜고 나서 한숨을 돌리려 할 때, 또 다른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점심을 먹을 친구들과의 시간표가 엇갈린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점심은 대학생활의 소중한 쉼표와 같았는데, 그 쉼표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수강신청 실패보다 더 깊은 두려움이 찾아왔다. 당장 혼자서 밥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두려움도 잠시, 갑자기 머릿속에서 섬광이 지나갔다. 해마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섬광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밝게 비추었다. 그 순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바로 나의 대학생활 로망인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것이었다.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것은 대학생활 중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시간에 푹 빠지고, 학업에 쫓기며 지내다 보니 그 로망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나도 남들도 대학생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그 모습 그대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왔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활짝 피어났을 때, 어찌나 신났는지 몰랐다. 두려움과 슬픔이 기쁨과 설렘으로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대학생활 로망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였다. 도시락을 만들고 다니며 어떤 음식들을 만들고, 어떤 추억이 생길지 기대하며 도시락 만들기를 시작했다. 이 작은 변화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지, 그때는 몰랐다. 매일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며 느끼는 설렘은, 대학생활의 또 다른 쉼표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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