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간호사는 예방접종과 비슷하대.
신규 간호사는 늘 익숙하지 않음을 견디며 하루하루 버틴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은 그들에게 참 야박하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고, 질문은 눈치를 보게 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걸어온 길인데, 왜 그 시작점에 선 이들에게만 유난히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까?
나도 그랬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일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때의 나는 분명 아팠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제, 천천히 꺼내보려 한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신규 간호사의 입사는 마치 예방 접종을 맞는 것과 비슷해. 처음엔 근육통도 오고, 몸살처럼 아플 수도 있지만 결국 나중엔 도움이 되잖아?"
처음 들었을 땐, 나도 100% 공감하긴 어려웠다. 아프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내 감정을 조금 가볍게 해 줬다.
희화화된 그 표현이 현실을 덜 무겁게 느끼게 했달까. 그래, 맞다. 나에겐 지금 아픈 ‘과정’이 진행 중일 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예방 접종이 끝났다고 말해줄 수 있겠지.
그렇다. 처음이라는 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시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시절을 지나고 나면, 마치 자신에게 그런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신규 간호사로 시작했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다. 모든 것이 처음인데도, 질문 하나조차 눈치를 봐야 했고 실수는 곧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되기 쉬웠다.
그래서일까. 조직의 분위기나 문화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땐 다 그랬어"라고 말하며, 여전히 새로 들어온 이들에게 그 시절을 반복하게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단지 일을 먼저 시작했을 뿐이다. 누구를 가르칠 만큼 충분하지도 않고, 상급자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아직도 배우고 있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 '선배'라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떠안고 있다.
이 구조 안에서 누구는 계속 지치고, 누구는 점점 무뎌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기록이라도 남기기 위해서.
그리고 나는 아직 누군가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배니까’, ‘더 오래 있었으니까’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지도하고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게 힘들다. 마음의 준비도, 여유도 없이 주어진 역할은 부담이 된다.
그래서 그 무게를 혼자서 삭여야 한다는 사실도 종종 버겁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무게를 자기 안에서 들여다보는 대신 밖으로 투사한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고, 그걸 정당화한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못하냐’, ‘신규는 하나같이 문제야’ 같은 말로 책임을 떠넘긴다. 그 말들이 쌓여 조직은 점점 더 단단해지지만, 방향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
단단하다는 건, 유연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이 통하지 않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결국 침묵하게 된다. 문제를 말하는 사람이 문제가 되어버리는 구조.
그래서 다들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르는 척하고 넘어간다. 신규는 위축되고, 선배는 피곤하고, 관리는 정체된다. 이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저 조금 먼저 일했을 뿐인데 이 안에서 마치 누군가의 성장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보다 부담이 먼저 찾아올 때가 오면 내가 점점 무감각해지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자꾸 확인하게 된다.
그게 참 슬프다. 지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인데, 이젠 나도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글로 조용히 말을 꺼내본다. 어딘가에 나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