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조용한 갈등, 그리고 변화의 시작

세대가 아닌 구조의 문제. 그 피해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by 달꼼

나는 비 자체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나 조용한 느낌은 좋아한다.


사실 그런 감정을 가진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 오는 날은 밖에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 많지만, 창밖에 빗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건 또 특별한 평온함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비 오는 날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나도 그런 느낌이 좋은 걸까.


지금의 이 분위기에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살짝 웃음을 지어본다.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는 단어가 한 가지 있다. 바로 'MZ'라는 단어.


MZ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요즘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부쩍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지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가치관이나 방식에서 벗어나면, 그걸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판단하며, 비교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MZ 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하고, 자신만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면에서 기존 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자기표현을 더 솔직하게 하고, 권위에 덜 얽매이며,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런 변화가 기존 질서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무례하거나 이기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거나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같은 말이 쉽게 나오기 일쑤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도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세대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계속 갈등만 생기지 않을까.


그 현상을 조용히 바라보며 왜 그런가 고민하는 자세가 지금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 같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나에게 혹시 요즘 세대와 직접 부딪히거나, 그런 생각이 더 들게 한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런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직접적인 마찰이 없어도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질문에는 세대 간 갈등, 문화적 전환점 등에 대한 것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MZ 세대라는 말조차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포털 사이트를 찾아보았다. M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Z세대는 1997년~2010년 사이 출생자 정도로 정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막 사회에 나오는 20대 초반도 Z세대에 들어가고, 30대 중반 이상인 밀레니얼도 같은 ‘MZ’라는 이름 아래 묶이니 그 범위 자체가 너무 넓어서 오히려 정체성을 흐리는 면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말 이것이 세대 차이일까? 아니면 사회 구조의 변화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이 단지 세대가 달라서 그런 걸까.


혹은 이전 시대처럼 훈육이 엄격하지 않고,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다 보니 무례하거나 이기적으로 보이는 걸까? 정답은 단순하지 않지만, 사회 구조의 변화가 세대의 특징을 만들어낸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가령, 과거에는 집단, 위계질서를 중시했다면, 지금은 개성과 자율성, 정체성 표현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또한 과거에는 참고 버티는 게 미덕이었다면, 지금은 참지 말고 말하라는 가치가 강조되고 있다.


이건 그들이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기준과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부정적으로 보일까?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서로 이해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그 사이엔 오해와 일반화가 쉽게 자리 잡게 된다.


예를 들어, “요즘 애들은 버릇없어." “꼰대들은 이해를 못 해.”

이런 식의 말들이 점점 대화의 자리를 차지하면, 결국 서로를 배척하는 문화만 생기게 되겠지.


앞서 언급했듯,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는 태도, 그게 진짜 중요하다. 세대는 단절이 아니라, 이어져야 한다.


무엇이 단절을 만들었고, 우리가 어떤 자세로 바라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간극은 분명히 좁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대가 다르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다를까.

이건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나이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데, 내가 겪었던 현실과 지금 들어온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생기는 낯섦과 거리감.


그건 아마, 시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한 사회의 속도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혹독한 분위기의 근무나 위계 구조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으며 버텨야 했던 시간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 들어오는 후배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이나 거절하는 방법을 더 빠르게 배우고, 또 그걸 실천한다.


그래서, 무언가가 가볍게 느껴지거나, "왜 이렇게 쉽게 포기하려고 하지?" "이 정도는 참아야 하는 거 아닌가?" 같은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잘못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언급했듯이, 세대는 이어지고 변화하는 존재다. 우리가 후배를 낯설게 느끼는 만큼, 언젠가는 그들도 더 어린 세대를 낯설게 느끼게 된다. 그 흐름 속에서 중요한 건 바로 이해하려는 자세다.


왜 이렇게 다를까?라는 질문을 그들이 잘못됐다는 결론이 아니라, 이 차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로 확장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간호사다. 이 직업의 맥락에서 보면, 인내와 헌신을 요구한다. 그런데 후배들이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쉽게 지치거나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때, 나 때와는 다른데...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바뀌었기에, 조직의 문화가 변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혹은 그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적응 중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이전에 내가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신규 간호사는 예방접종과 같다고.


그 말 참 절묘하고도 씁쓸하다. "나도 그렇게 겪었으니, 너도 한 번쯤은 겪어봐야 해"

이 말이 선배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작용해 왔고, 그게 문화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선배들도 그때 나를 지금의 신규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안 그랬다’는 단순한 회상에서 벗어나, 구조적 시선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원은 특수한 공간이다. 연령대가 다양하고, 위계가 뚜렷하며, 긴장도와 피로도가 높은 현장.

이런 환경에서 생기는 갈등은 단순히 성격 차이나 세대 차이로 보기엔 너무 깊고 복합적이기에 특히 문제가 더 심화되기 쉽다.


선배가 말하면 들어야 한다는 분위기, 무언의 압박, 감정 표현은 프로답지 않다는 문화.

이런 구조 속에서는 신규의 어려움도, 선배의 피로감도 점점 쌓여 결국 서로의 불만으로 바뀌게 된다.


나는 이 문제는 비단, 병원이 아니더라도 조직 관리와 깊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니까.


예를 들어, 신규의 이직률 증가는 병원의 큰 손실이고,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경력자들의 소진은 간접적 인력 낭비다. 세대 간 소통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조직 문화 전체를 경직되게 만들고, 결국 병원에서는 환자 안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기 이전에 조직 내부의 진지한 문제 인식과 개입이 꼭 필요한 지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이건 간호사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자의 문제다.


현장의 무게와 책임 회피의 구조, 그리고 시스템의 맹점.

관리자들은 대개 눈앞의 갈등을 피하거나 고과나 체면을 지키는 쪽으로 기울기 쉽고, 그 과정에서 현장은 더 외면받게 된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 입고 누군가는 떠나며, 결국 시스템은 같은 문제를 반복한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태도나 세대 차이로 설명될 수 없다. 조직의 구조적 무관심과 책임 회피 속에서

현장의 사람들은 반복되는 고립과 소진을 경험한다.


문제를 직시하고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사람을 잃고,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지금 이 작은 인식의 변화가, 언젠가는 더 나은 내일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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