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굴욕의 히든 비치 - 2015년

by 에포트리슬리

전 날 12시까지 야간작업을 한 대가로 얻은 하루의 휴가를 주말에 연결해 푸에르토 바야르타에 가기로 했다. 언젠가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히든 비치, Marietas Island에 가보고 싶어서였다. 수영해서 섬의 아래쪽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고, 군의 폭파 시험으로 인해 생긴 인공섬이라는 배경도 너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주변의 전경과 바다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사실 고소 공포증도 심하고 요철이 심한 운송 수단은 쥐약이라(태국에서 작은 보트 타고 우는 통에 도로 육지에 데려다줬다), 비행기도 꼭 기종과 좌석수 확인하고 타고 어지간하면 대형 선박 아니면 안 타는데...

오로지 Hidden Beach를 가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계획한 Puerto Vallarta 여행인지라 투어를 신청했다. 배도 100인 이상용 Catamaran이고 예약 전 상담원 통해 가장 큰 배가 뜬다는 확인도 받은지라 두려움을 무릅쓰고 예약을 했다.

All Inclusive로 예약하니 좋고나~ 1박에 15만 원 정도인데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과 음료, 공연 등이 거의 무료다.

비치 투어 마치고 멕시칸 식당서 스낵 시켜 먹고 다른 식당에서 과일 디저트와 커피를 먹고 기운이 나서 오늘의 지질한 스토리를 적어 보련다ㅠㅠ


대망의 오늘 8시 출항!!

그런데 배가 출발하는 순간 미치겠는 거다.

이 증상 없는 사람은 모른다. 이 미칠 듯한 공포감과 울렁증.

멀미와는 전혀 다르지만 너무 패닉 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이드에게 약을 달라니 배에서 약 먹으면 안 된단다.

옆에 있던 미국 여사님이 갖고 있던 어지럼증 약을 줘서 한 알 주워 먹고 거의 엎드려서 히든 비치에 도착했다.

약기운에 만사 귀찮고 앞으로 5시간을 더 버텨야 산다는 사실이 지옥 같아 가이드에게 어디 내려 줄 데 없느냐 하니, 비치에 데려다줄 테니 거기 있다 오는 길에 태우겠단다(히든 비치는 오로지 수영해서만 갈 수 있고 20분 이상 머물 수 없다).


비치까지는 작은 보트로 5분. 작은 보트 죽어도 못 타지만 5분 vs 5시간이당. 당근 5분을 택하고 보트에 올랐는데, 너무 무서운지라 옆에 앉은 보조가이드의 손을 덥석 잡았다. 무슨 애 낳는 것도 아니고(근데 단연코 나는 애 낳는 것은 무섭지 않다. 육체적 고통에 대한 임계치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가톨릭 대학교 여의도 병원 정형외과에서 인정받은 바 있다. 손가락 골절 수술할 때), 첨 본 남자 손을 잡고 go slow, por favor를 열나 외친 후 비치에 도착했다. 그 와중에 나를 태워다 준 그 멕시코 청년이 훈남인 것이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주 작은 비치인데 간혹 개별 투어 온 사람들만 보트로 들락날락하고, 나는 한 10분 기도하다, 자다, 물장구치다 그러고 있었는데 2시간쯤 후에 다시 데리러 온 보트를 타고 원래 배로 돌아왔다.

근데 이게 웬걸 그 사이 약발이 받은 건지 기도의 응답인지 가끔 무서운 거 빼고는 돌아가는 길은 괜찮은 거다.

배에 탄 온 직원의 관심 대상이 되어 진짜 창피하고 쪽팔리고.

근데 더 웃긴 건 무사히 돌아오고 나니 히든 비치 못 간 게 천추의 한일쎄!!!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호텔 앞 비치에서 카약이나 깔짝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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