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연습 ⑤ — 투잡 1주 차, 피곤한데 마음은 편해졌다
오전에 일하고, 저녁에 알바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일정이 촘촘해서 그런 것 같다.
아침 7시 반에 출근해 12시 반에 퇴근하고, 저녁에는 6시부터 9시까지 다시 일한다.
가끔 연장이라도 걸리면 10시를 넘겨 끝날 때도 있었다.
늦게 끝나고 일찍 출근하는 날이 반복되면, 몸은 솔직해진다.
처음엔 “할 만한데?”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피로가 조용히 쌓여 있었다.
딱히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루의 끝이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저녁 알바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창고에서 물품 리스트를 받아 큰 카트에 물건을 담는 일인데, 물품도 가볍고 힘쓸 일도 거의 없다.
일 자체는 단순한 편이다.
첫날,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형광등 아래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리스트를 쥐고 서 있는데, 어디서부터 움직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카트를 밀 때마다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괜히 내 긴장을 키웠다.
그때 옆에서 먼저 일하던 분이 “일단 끝까지 한 번 훑고 움직이면 덜 헤매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잡아줬다.
단순한 만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리스트대로 정확히 담는 게 기본이고, 무엇보다 동선을 잘 짜야 한다.
물건 위치가 제각각이라 헤매면 헤매는 만큼 시간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리스트를 받으면 바로 맨 위부터 담지 않는다.
먼저 끝까지 한 번 훑어보고, 그다음에 “어떤 순서로 움직일지”를 짠다.
동선을 잘 잡으면 헛걸음이 줄고, 헛된 수고도 줄어든다.
같은 일을 해도 몸이 덜 지치는 건 결국 그런 차이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일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먼저 일하던 분들도, 새로 온 분들도 대부분 투잡이 기본이다.
원잡만으로는 수입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다들 자기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 부지런함을 가까이서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다잡아졌다.
예전엔 나도 원잡을 마치고 집에 와서 코딩을 공부했다.
몸값을 올리겠다는 마음이었고, 자기 개발도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공부가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라도 “당장 돈을 버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장단점은 있겠지만, 일단 인컴이 늘어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람들이다.
직원들도 예의 바르고, 팀장님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일하는 분들도 대부분 좋은 분들이라 “이런 사람들과 오래 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랜만에 느꼈다.
좋은 직장은 결국 좋은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걸.
그걸 체감하니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다.
요즘 나는 공부를 잠시 내려놓고 월~금은 돈 버는 일에만 몰입하고 있다.
그랬더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공부를 계속 붙잡고 있을 때는 불안과 초조가 자꾸 밀려왔는데,
그걸 잠깐 내려놓고 비워내니 시야가 조금 트이는 느낌이다.
버릴 때는 과감히 버려야 새로운 걸 받아들일 공간이 생긴다.
생각과 마음이 너무 꽉 차 있으면 숨이 막히고 답답해진다.
그러니 나는 일부러라도 조금 비워두려 한다.
그게 여유일지도 모르겠다.
조급할수록 더 여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