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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지 Sep 19. 2024

그냥 늘 행복하세요~ 토 달지 말고



다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마음의 여유 없이 지내다가 쉴 틈이 생기니

주변 사람들이 잘 쉬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무슨 전을 부쳐먹고 있는지, 정말 제사상에 마카롱을 올리는지


지나가다 이 글을 우연히 클릭해서 보시는 분들

또 댓글을 남겨주시는 고마운 구독자님들에게도 편히 쉬어가는 한 주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조카들의 모습을 잘 지켜봐 주고 있는지 

복작복작한 가족들 틈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미망인이 된 엄마와 

가장의 역할을 소화하려 고군분투하는 오빠를, 그리고 4인 가족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열등감을 느끼는 나를 

하늘에서 잘 지켜봐 주고 있는지



무조건 천국에 갔을 거라 믿고, 그곳에서 추석 그 이상으로 풍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아버지에게도 말을 걸고 싶은 연휴 끝입니다.



추석에 또 하나 서러웠던 점을 털어놓아도 될는지요


외할머니와 돌침대에 누워서 어깨를 두드리고 있던 밤이었습니다.

갑자기 제 얼굴을 유심히 보시더니 유기견을 보듯 안타까워하는 눈빛을 지으셨습니다.


"00 대학을 나오면 뭐 해, 성실하고 착해도 그 엄마가 유전병이 있어서 반대했는데.."


"우리 딸 이렇게 명절에 올 때마다 안쓰러워죽겠어. 왜 혼자 오냐고 혼자.. 내가 그래서 결혼을 말렸는데.. 그 부모가 아파서.."



어깨가 너무 아파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야겠다며 핑계를 대고 화장실에 가서 엄청 숨죽여 울었습니다.



 

다정하고 가정에 최선을 다했던 아빠가 

아프다는 이유로 가족을 비참하게 두고 간 나쁜 사람 취급 당하는 게 너무 분했습니다.



앞으로도 할머니와 다른 친척들 눈에는 명절에 혼자 와서 쉬고 가는 엄마가 안쓰러워 보이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뭐 어쩌겠나요... 


아파서 이제 이승에 묶어둘 수 없는 아빠의 몸을 놓아주어야죠


안쓰러워 보이지만 엄마는 점점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충격에 너무 많이 빠졌던 체중도 조금씩 돌아오고, 이제는 여행도 다니면서 행복해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너무 살기 싫었던 눅눅한 반지하도

어느 순간 불편해진 친척들과의 만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아늑한 나만의 아지트로 느껴집니다.


이제는 엄마와 같이 사우나를 가지도 않고

외삼촌이 농사지은 배추로 아빠와 함께 김장을 할 순 없지만


혼자 먹는 송편도

영화관에서 조카 없이 혼자 본 하츄핑 극장판도 

추석에 시골 안 갔으면 만나자고 하는 친구들도


모두 다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혼자 사우나를 가봤는데 추석인데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만약 여기서 미끄러져서 죽으면 고독사일까

지금까지 가족들과 함께 한 명절보다 어쩌면 앞으로 혼자 보낼 명절이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뒤이어 입장하는 또래 여성분을 보고 마음 편히 모래시계를 뒤집었습니다.





추석에 처음 먹어 본 두바이 초콜릿

개인적으로 깨송편이 압승입니다.



사랑의 하츄핑

두 번째 관람입니다


조카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추석 당일에 알바도 했는데요,

남들 다 쉴 때 일한다는 뿌듯함이 슬펐던 하루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여러분~


추석은 지났지만


그냥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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