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이 흘러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 말.
요즘 감정이 많이 잔잔해지고 있다.
지난 3년 간
희망이 절망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우울감에 잠겨있었는데,
기아 타이거즈가 7년 만에 우승을 거머쥔 것처럼
어느 날의 행복이 감정에 안타를 쳐주기도 한다.
물론 인생이란 것이 9회 말 2 아웃까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우선은 그렇다.
당장 오늘의 나는 은은하게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의 나는
블랙홀급 절망> 우울증 > 반짝 행복함 > 소확행 > 유체이탈 > 테무 법륜스님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다만, 앞으로 또 좌절이 닥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으므로 그럴 때마다 내가 취해야 할 스탠스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우선 우울함을 떨쳐내고자 걷고, 차를 마시고, 일기를 쓰는데도 왜 여전히 불안하고 우울했는가를 생각해 보자.
일단 모든 행동에 '진짜 나'는 없었다.
걷는다 = 걸으면서 우연히 지나가는 귀여운 강아지가 날 행복하게 해 주길 바랐을 뿐. 그냥 서성였지만 종아리만 단단해졌다.
차를 마신다 = 나는 원래 차보다 커피를 좋아하는데, 무지출 챌린지를 한다느니 갖은 핑계로 맛없는 둥굴레차를 마셨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갈증만 더 커졌다.
일기를 쓴다 = 하루라도 빼먹으면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게으른 인간이 되는 것 같아, 의무감에 일기를 썼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숙제로 냈던 일기 수준과 비슷하다.
갓생 열풍이 불어서인지 하루를 허투루 보내선 안 될 것 같고, 더 나아가 한 시간도 허투루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억지 힐링을 고수했다.
개인적인 인사이트이지만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운동 50% + 내가 하기 싫은 운동 50%를 혼합해서 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인생 전반에도 통용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관계와 사건에는 기쁨과 슬픔이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반반 비율로
나는 '일단 해두면 나쁘진 않은' 힐링법으로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목적 없이 걷는 것이 나쁘진 않지만 오래 할 필요는 없었다.
짧게 걷고 근력 운동을 추가하는 게 조금 더 효율적인 건강관리와 도파민 분출을 도왔을 것이다.
이런 짤들을 보며 '넌 할 수 있어!' 무한 긍정을 보냈지만 금쪽이인 나 자신에게는 다른 솔루션이 곁들여져야 했다.
나를 너무 밑도 끝도 없이 응원만 했다.
나 자신조차도 내가 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는데 부담스럽게
내가 나 자신한테도 부담감을 주고 있었다.
2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를 응원만 해줬다.
근데 한 번도 날 믿어주진 않았다.
이젠 나를 응원하기 50% + 내가 잘할 거라는 믿음 50% 을 잘 버무려 황금비율로 나 자신을 성장시켜 낼 것이다.
이번 생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최대 목표로 잡았다.
27년을 잘 지내온 만큼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