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눈으로 본 우주
‘오늘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게 좋습니다. 애정운은 다소 저조한 편입니다. 연애보다는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물운은 무난합니다. 작은 지출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애정운… 메모…
이게 뭐냐구요, 오늘자 저의 별자리 운세입니다.
여러분은 생일 별자리를 알고 계신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8월 별자리는 사자자리인데요.
오늘은 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주과학은 영어로 space science라고 합니다.
천문학은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여기서 팁을 드리겠습니다.
별, 천체, 우주를 뜻하는 astro- 와 00 학문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면 되는데요.
학문은 어떻게 말할까요?
말하다,라는 뜻의 -logy와 법, 규칙을 뜻하는 -nomy를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문학은 astrology일까요, 아니면 astronomy일까요?
정답은, astronomy입니다.
astrology는 점성술학을 뜻해요.
헷갈리기 쉬운 이 두 단어 때문에 재밌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남성이 자신의 전공이 astrology(점성술학)이라고 하자 astronomy(천문학)으로 잘못 알아들은 여성이 남성에게 홀딱 반했다는 카툰을 본 적이 있는데요.
과연 천문학자는 뭇 이성에게 매력적일까요?
밤마다 거대한 망원경이 있는 천문대에 올라 광활한 우주와 조우하고 낮에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학자의 뇌를 가졌지만 가슴 한켠에는 늘 시를 품고 사는 천문학자가 그려지는데요.
하지만 요즘 세상이 너무 밝아져서 거의 모든 직업의 환상이 걷히고 있습니다.
현업에서 뛰고 있는 진짜가 나타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고 있죠.
세태가 그렇긴 하지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이 등장했을 때 조금은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연구실에 비커는커녕 망원경도 없으며(!), 하루종일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심지어, 본인 생일 별자리도 모르더군요.
칼 세이건은 <코스믹 커넥션>에서 별자리란 지극히 지구적 관점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사람들이 보고 싶은 대로 그린 그림일 뿐이라고 해요. 그건 마치 밤하늘이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비추는 거대한 로르샤흐 테스트(투사 심리 검사)와 같다고 말합니다.
‘난 밤하늘에서 뭘 찾을까…(쓸쓸)’
저는 한때 천문학자를 꿈꾼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우주과학 책을 즐겨 읽고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우주관측 이벤트가 있는 날은 부지런히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요즘은 천문과학관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해주기도 합니다.
며칠 전 페르세우스 자리 유성우는 집에서 편히 영상으로 봤는데요. 우주에 진심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들과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별똥별이 떨어지길 기다렸습니다.
밤하늘을 두 눈으로 바삐 쓸고 있는데 누가 하늘에 선을 그은 듯 유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때마다 실시간 댓글창엔 사람들의 소원도 유성우처럼 내렸습니다.
시험 잘 치게 해 주세요.
로또 대박.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길.
전 세계 사람들의 소망이 유성우에 탑승하는 순간입니다.
혜성이 흘리고 간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에 타들어가는 현상에 불과하지만 왜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요? 그리고 (칼 세이건이 들으면 꿀밤을 먹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왜 우주먼지에 소원을 비는 걸까요?
로켓을 쏘아 올리는 우주과학을 공부하면서 잡지 맨 뒷장 별자리 운세를 챙겨보는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저의 대답은, 별자리가 없다면 알퐁스 도데의 양치기는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입니다.
그리고 유성우에 소원을 비는 건 우리가 ‘믿는 존재’이기 때문일 거예요. 깊은 산속 돌멩이 하나에도 소원을 비는 게 인간이니까요.
아주 먼 곳에 대한 동경, 가늠할 수조차 없는 스케일, 그 앞에서 느끼는 경외심, 이미 사라진 것에 대한 향수. 그럼에 불구하고 언젠간 만날지도 모른다는 낭만적인 기다림이 우리를 밤하늘로 이끄는 것 같습니다.
우주가 아닌 것은 없습니다.
지구에 탑승하고 있어 잠시 잊고 지냈지만 지구도 우주의 일부이죠.
마더 우주는 자신이 낳은 우리들의 눈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본다고 했던가요.
앞으로 반짝이는 우주과학에 대한 이야기도 글로 옮겨보려 합니다.
“혹시 별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