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으로 오면 채용이 쉬울 줄 알았다. '후보자'는 있으나 '후임'은?
면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면접이 결국 소개팅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도 나를 뽑지만, 나도 회사를 뽑는 자리라고.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면접은 라이브 퀴즈쇼에 더 가까울 것이다. 시간제한이 있고 어느 정도 수준이 상의 답을 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문제.
먼저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진행해 본 지인들의 조언을 받았을 때 면접자들 중 10명 중 3명은 질문을 제대로 답하지 못할 것이며 나머지 7명 중 좀 더 질문의 답변이 고도화되어있고 회사와 핏이 맞는 사람을 뽑으면 된다는 귀띔을 들었다
나름 객관적인 기준으로 서류를 심사하고 1차 면접도 훌륭히 통과한 사람이 무려 4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막상 2차를 보니 모두 떨어지게 되었다.
타회사 합격으로 자진 지원 철회
1차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안 좋은 의미)
1차가 전부여서 새로운 면모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사람, 2명
이 사람들을 2차에 올린 이유가 있으실 거잖아요
1차 면접은 100% 실무 위주로 진행됐다. 그들은 실무자로는 훌륭했다. 기존에 주어진 과제를 잘 풀어낸 편이었고, 새로운 과제를 던져줬을 때도 이해에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주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보다 내일의 포텐셜. 그리고 나아지려는 의지와 열정 같은 정성적인 것이라고 하셨다. 당연히 그런 건 서류에 나타나지 않고 대화를 하면서 파악해야 하는데 1차 40분, 2차 40분 만에 그 사람의 열정을 모두 가늠하기란 너무 어려웠다. 서류에서 그걸 발라내기도 어렵고.
내가 내 나름 입사 후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망하고 괴로워하고 있자 팀장님은,
그럼 기존에 일했던 사람 중에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사람은 없어요?
어떤 면에서는 좋은 거지만 나는 동료를 평가해본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은 있지만 누가 더 좋다고 생각해본 적은 딱히 없는듯하다. 누구와 일해도 편하게 일했다.라고 쓰고 나와 함께 일한 사람은 나와 편했을지는 조금 되돌아볼 일이긴 하다.
그나마 리딩 포지션이었던 것은 가장 최근 회사에서 승진하면서인데, 그마저도 TF 팀을 담당하게 되어서 담당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마다 바뀌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여도 실패하여도 그 사람들과는 잠깐은 안녕이라는 소리다.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는 있었으나 동고동락하면서 '아 이 사람이 내 사람이지.' 하는 사람이 생길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그게 내가 가장 바랐던 결과기도 했다. 아무래도 마케팅 업계는 Turnover가 매우 높다 보니, 사람을 참 많이도 보내야 한다.
첫 번째 회사는 전체 규모가 8명가량인데 보낸 사람이 10명가량 되는 듯하다. 두 번째 회사는 조금 다니다 회사가 망해버려서 2달 남짓 알던 사람들과 채 친해지기도 전에 회사 사람들과 모두 헤어졌다. 세 번째 회사는 약 30명 정도의 규모였는데 마찬가지로 1년이 지나면 절반이 남아있기 힘들었다. 네 번째 회사가 가장 심했는데 평균 근속연수가 6개월이라는 말이 나오곤 했다. 지나가는 바람에 마음이 시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나는 그 바람 하나하나에 너무 마음이 아픈 사람이었다.
저 이렇게 여려요가 아니라 쓸데없이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에게 슬퍼하느라 약간 시간을 허비한 경우가 있다. 잘 지낼 사람들은 퇴사하고도 잘 지낸다. 못 지낼 사람들은 회사 다니면서 간당간당하게 연을 이어가다가 퇴사하면 고작인 것이다.
어쨌든 이번에 채용을 하면서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추천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다만 일하면서 정을 쌓고 친해진 사람과는 다시 업무 관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성격상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로 풀겠지만 지인과 시작한 동업에서 일도 잃고 사람도 잃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끝이 안 보이는 채용의 늪에서 날 구해줄 단 한 사람이 필요했기에 이번에는 2명에게 시도를 해봤다. 첫 번째는 나의 직전 회사 동기로, 입사 동기긴 하지만 연차와 나이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일하면서 가장 많이 친했고 퇴사하고도 다행히 좋게 지내는 사람이다. 나에게 추천권이 생기자마자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회사에서 사람 뽑는데 혹시 저랑 같이 일해볼래요?
우리 회사 00인데 혹시 관심 있어요? 보다 그 사람에게 회사보다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길 바란 인트로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