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을 때
대기업에 처음 입사하고 한 달간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사람들이 이렇게 편하게 돈을 번다고? 였다. 이건 대기업의 근태를 무시하는 발언도 스타트업의 근태를 존경하는 발언도 아니다. 추후 다른 팀과 다른 대기업에서 근무하면 이 생각이 바뀔 수 있으나 확실히 야근도 적고, 주말 출근도 적고, 휴일에도 쉴 수 있다.
대기업에도 당연히 고통은 있다. 그런데 물리적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에 가깝다.
나는 그걸 보통 식물인간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발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해도 달린 업무가(보고,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담당자 찾기) 너무 많은데, 머리는 당장 달리기하고 싶으니 미쳐버릴 것 같다.
1. 출시 N 연차 앱 마케팅팀의 '첫' 퍼포먼스 마케터
요즘 퍼포먼스 마케팅은 끝물이라고들 한다. 퍼포먼스의 시대는 끝났다. 머신러닝으로 사람이 대체된다 혹은 이제는 CRM이다 등등.
그런데 나는 우리 회사 최초의 퍼포먼스 마케터다. 우리 팀은 앱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MMP도 없었고, 퍼포먼스 마케터를 채용한 적도 없다. 그간은 브랜드 마케터와 대행사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기존에는 마케팅 예산도 적었고 단순히 다운로드 위주의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우리 팀은 브랜드 마케팅은 수십억을 들여 진행하고 있고, 바이럴 마케팅도 아주 잘되고 있다. 심지어 업계에서도 꽤 유명한 앱이다. 지금까지 필요 없었던 퍼포먼스 마케팅은 이제 정말 필요한가? 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을 하게 되는 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2. MMP? 그게 뭔데?
구글에서 성과 개선에 필요하다고 그렇게 스타트업의 목을 짤짤 흔들며 도입해달라고 빌던 파이어 베이스가 우리 회사는 이미 도입이 되어있다. 무척 감격스러운 소식이다. 심지어 GA4도 전사 도입되어 있다. 그런데 트래킹 툴(MMP)은 이번에 처음 도입한다.
내가 받은 첫 숙제는 파이어 베이스와 GA4가 있는데 왜 MMP를 도입해야 하는지였으며 MMP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했다. MMP에 우리는 왜 돈을 써야 할까? 돈을 쓰는 것만큼 효율이 정말 개선되는 걸까? 기여 하이재킹은 정말로 일어나나?
3. 그런데 CRM 마케팅도 해야 한다.
기존에 인 앱 메시지, 배너, MMS, Push를 기반으로 CRM 마케팅은 진행 중이었다. 격월 정도의 주기로 인 앱이벤트도 진행되어 왔다. 다만 이 마케팅의 세그먼트를 좀 더 정교화하는 것, 그리고 개인화하는 것, 자동화하는 아젠다가 남아있었다. 그럼, 전부 다 남아있는 거 아니냐고? 맞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보통 0에서 시작되었는데 대기업에서 처음 만난 것은 기저귀를 찬 공룡이었다. 덩치는 아주 크지만, 걸음마도 아직 떼지 못한 공룡이 나의 첫 대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