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판 없는 사랑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by 작가 기안장


메마른 산에 길을 내는 것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닙니다


등 뒤에 달린 점수판을 떼어내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잘 견뎠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날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내 삶은 이겨내야 할 경기가 아니라

온전히 머물러야 할 들판이라는 것을


다시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까요


그저 오늘만큼은 참 많이도 애썼다고

당신, 정말 사랑한다고

나까지도 그렇다고

그 짧은 위로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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