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후불제 인생I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고. 인생은 공평해서, 흘린 땀만큼 언젠가 보상받는다고. 그래서 오늘을 견디고 또 견딘다. 조금 손해를 보는 선택도, 마음이 닳아 없어지는 순간에도 “그래도 나중엔”이라는 말로 겨우 위로하며 산다. 마치 인생이 정확한 계산기를 들고 우리의 수고를 빠짐없이 장부에 입력해두는 것처럼 믿으며 산다.
내 삶이라고 별반 다를게 없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은 다하려고 했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으며, 성실한 삶의 태도가 끝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힘든 날에도 다독거려야만 했다. 지금은 적자지만, 언젠가는 흑자가 될 거라고. 인생은 참고 노력한 만큼 비례 보상제라서, 나는 결코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며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된 계산서는 날아오지 않았다. 더 많이 애쓸수록, 더 많이 참고 견딜수록,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누군가는 가볍게 얻은 것들을, 나는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어야 겨우 닿을 수 있었다. 노력의 크기와 보상의 크기가 꼭 맞아떨어지지 않던 순간들이 쌓이면서, 마음에는 작은 의문이 싹을 틔웠다. 인생은 결코 단순한 비례 보상제가 아니었다.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열심히 산 사람에게 돌아온 결과치고는 너무 조용한 삶이었다.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할 수 없는 결과였다. 어느 날 문득,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을 혹독하게 다룬 것은 아닌지 의문이 밀려왔다. 비례 보상제라는 생각만 믿고 내 삶을 너무 지나치게 소모한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그때 잠시 멈추어 섰다. 더 애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씀의 방향을 다시 보려고 했다. 인생이 정말 비례 보상제라면, 왜 성실함은 자주 보상에서 제외되는가. 노력의 값이 늘 미래로만 미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은 점점 깊어졌고,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에 헤어진 오래 친구를 만난 날이었다. 명품 시계를 차고 있지도 않았고, 초라하지도 않았다. 다만 예전보다 말수가 줄었고, 웃을 때 눈가에 잔주름이 깊어졌다. 그런데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그는 말했다.
“나는 요즘 결과보다, 내가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가 더 중요해졌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풀렸다. 혹시 인생의 보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안에 이미 포함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수고는 늘 물질이 되지 않고, 노력은 늘 인정이 되지 않는다
인생의 장부는 비례 보상이 아니라 감각으로 남는다. 흘린 땀이 반드시 숫자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완전히 불공정한 게임도 아니다. 성실함이 돈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는 자존감으로 남는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결과가 아니라 태도를 남긴다.
#후불제 인생의 또 다른 글입니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