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성지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일생의 거친 파도가 잦아든 자리
숲길에 고요히 누워있는 깊은 못 하나
저무는 노을을 보석처럼 갈무리한다
젊은 날의 폭발은 전설이 되고
이제는 서로의 숨소리만으로도
우주가 가득 차는 만년의 시간
너는 여전히 나의 별이라서
침침해진 나의 눈동자에
마지막 빛을 밝힌다
지각 밑에서 뒤엉켜 울던 뿌리들은
단단한 매듭이 되어 흙 속에 잠들고
우리가 나눈 일생의 인장들은
깊은 주름 속에 훈장처럼 남았다
먼 길 돌아서야 당도한
인연의 성지, 그 너른 품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갈증을 심지 않고
서로의 이름만으로도
충만한 행복을 노래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