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하늘 속의 서명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by 작가 기안장


밤새 그리웠던 불길이 가라앉고

방 안은 이른 정적에 잠긴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나른한 햇살이

흩어진 머리칼을 비출 때,

내가 서명해야 할 투명한 현실이 눈앞에 놓인다


긴 세월 서로를 닮은

조용하고 깊은 침묵이 흐른다


원두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에 맞추어

내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화려한 비상의 날개짓은 없어도

당신 곁에 머무는 이 무구한 안착

빈 껍데기뿐인 영광 대신

따뜻한 온기가 손등에 내려앉는 시간


사랑의 연체를 모두 털어낸

가장 다정한 정산(定算)이다


당신이라는 잔잔한 아침 하늘 위에

오래도록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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