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놓아준 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었다
재가 되어 흩어질까 봐
겁이 나서였다
지독한 현실의 불길이
갸륵한 인연을 삼키려 했기에
나는 당신을 그리움이라는 금고에 넣고
숱한 시간을 자물쇠로 채워야만 했다
매일 금고를 열고 싶은 마음은
억만 번의 갈등이 되고
빈 손바닥에는
기다림의 굳은살만 박혀 있었다
다시 뜬 태양이
황금빛 열쇠가 되어 돌아올 때까지
오래도록 품 속에 묻어둔
차디찬 냉혈의 시간들
금고 문이 열리던 날
당신은
눈부시게 빛나는 옷을 입고
나는 금빛 마차를 세워두고
오래도록 언덕에서 기다리고 싶었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