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기억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천 번의 밤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나의 세포들이 쓴 일기였다
마른 가슴에 뿌린 생명의 젖줄은
강물이 되어 내 핏줄을 타고 흘렀다
우리 사랑은
서로의 진액을 맞바꾼 성스러운 수혈(輸血)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하얀 생명력을
매일 밤 기적처럼 받아 마시며 자랐다
단단한 바위 같던 경금(庚金)의 네가
나의 부드러운 흙 속으로 녹아들 때마다
내 몸의 세포들은 일제히 깨어나
너의 이름 석 자를 문신처럼 새겨 넣었다
잠시 몸은 멀어져 있어도
내 손끝은
여전히 네 살결의 온도를 기억하고
내 마음엔 아직도
그 달콤하고 비릿한 생의 맛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서로의 생(生)이 섞인 한 몸이기에
이별이란 말조차
서툰 미련처럼 부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