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유대의 해부학

I살다보니 남는 것들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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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사람들은 서로 칼날을 세우기도 하고, 심장이 떨리는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마치 현관 앞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신발들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날아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마음의 온기를 나눈다.


나는 폐광촌인 태백지역으로 주민자치 강의를 갔다. 한때에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막장 광부로서 삶을 꾸려갔던 생존의 도시, 여전히 인구유출이 심각한 블랙홀의 도시였다. 어떤 상황 속에 있든, 도시 규모와는 관계없이 숱한 갈등의 도가니가 작동한다. 태백시는 검은 먼지와 에너지의 기억이 겹쳐 있는 곳이었다. 도시는 인구유출과 침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었고, 도시의 갈등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 있었다.

한참 강의를 하던 중에, 위원 중의 한 사람이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작은 동네라도 주민들 사이는,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어디든 같았다. 갈등은 등나무와 칡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어긋난 습성에서 비롯되었다. 살다 보면 서로 교차지점은 있어도, 생각과 관심은 늘 반대쪽을 향했다.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증폭했다.

저녁 기차 안에서 나는 오래전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회의실 문이 쾅 닫히던 순간. 출장 계획을 두고 후배와 언성을 높였다. 나는 더 치밀한 계획을 요구했고,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나가버렸다.

그 순간 나는 그를 단정했다.


“버릇없는 놈 같으니라고”


귀찮게 출장을 가는 일로, 왜 자신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등 뒤에 붙어 있었다.서로 불만은 점점 심각해졌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원지는 나였다. 나는 방향만 던져주고 지도를 주지 않았다. 목적은 말했지만, 정보는 나누지 않았다. 선임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배려를 잃어버린 채, 좋은 결과만을 요구했다. 자료를 공유하고 출장 목적과 내용을 함께 정리한 뒤, 그의 계획서는 놀라울 만큼 달라졌다.

갈등은 조율되지 않은 목적에서 태어나고, 공감은 공유된 정보와 대화 속에서 자란다.

회의실 문을 닫던 그의 행동은 어쩌면 이런 말이었을지 모른다.


“나를 좀 더 알아 달라.”


나는 가끔 점심 뒤에, 커피를 마신다.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그림자, 보폭을 맞추는 속도.

영등포 공원의 소담스러운 벤치에 앉아 친구와 오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앙, 학문, 사랑, 세상 이야기들..., 우리는 거의 다투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충분히 많이 공감해 두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나눈 공감은 사후의 갈등을 줄인다. 갈등은 날카로운 메스처럼 생각을 파고들지만, 공감은 따뜻한 거즈처럼 마음을 덮는다. 사람들은 완벽한 성공담보다 결핍과 통증에서 더 깊이 연결된다. 같은 상처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 때, 공명의 울림이 생겨난다.


그렇다. 공명은 귀가 아니라, 심장으로 듣는 것이다. 비언어적 소통,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상대의 걸음걸이가 느려질 때 내 보폭을 맞추는 것. 이런 낮은 공감의 마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다리가 되어 감정상의 유대를 이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온 며칠 후, 시장통 한가운데 서 있었다. 시장통의 시끄러운 잡음 속에서도, 함께 고추장을 맛보는 손길 하나로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이 유대였다. 결국 갈등 속에서도, 우리는 같은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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