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사랑의 연대기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by 작가 기안장



시간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그대와 나 사이에는

세상의 시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한 번의 마주함이

한 시간의 흐름이 되고,

세 번의 겹쳐짐이

하룻밤의 전체가 되던 날들

육체는 고단함을 잊었고,

영혼은

오랜 가뭄 끝에 터져 나온

나만의 심층수를 길어 올렸다


사람들은 묻는다

한 순간, 그토록 깊게

그토록 뜨겁게 머물 수 있냐고


나는 대답했다

그대를 사랑하는 일만큼은

단 한 순간도

생의 마지막 장처럼

쓰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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