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의 미학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행복은 찾아서 누리는 것이라
큰소리쳤지만,
당신이라는 이름 석 자 앞에서는
잉크가 번지듯 마음이 자꾸만 흩어집니다
길고 긴 세월, 켜켜이 쌓인 원고들 속에서도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나만의 고해성사
항공기 날개처럼 당당히 비상하고 싶지만
마음의 무게는
아직도 내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선물하고 싶은
지독히도 투명한 나의 소심함 때문입니다
낱장의 편지처럼 띄워 보낸 매일의 조각들이
당신이 찾아올 길 위에 등불이 되기를,
미리 써 놓은 내일의 문장들이
당신의 창가에 닿는 밝은 햇살이 되기를,
임수(臨水)의 깊은 범람 속에서도
당신이 먼저
소박하게 불러줄 내 이름을 기다립니다
나는 소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