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어둠 속 고립은
차가운 얼음인 줄 알았는데
내 안의 심장은
그대를 태울 연료를 비축하고 있었습니다
원고지 위를 흐르는 것은
꼬리를 문 생각이 아니라
매 순간 당신의 향기를 향해 터져 나오는
붉은 혈관입니다
영혼육이라는 거창한 말 뒤로 숨어보아도
결국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당신의 숨결,
내 코끝을 간지럽히던 그 은밀한 체취와
빈틈을 채워주던 당신의 온전한 무게입니다
내가 쌓아온 영광은
당신의 체취 한 번에도
비할 수 없는 빈 껍데기일 뿐
하얀 마음의 시트 위에서
지독했던 고독을 다 태워버리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당신은 내 품에 안겨
은밀한 비밀처럼 간직해 온 모든 결핍을
함께 정산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찾아오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내 안의 연료가
당신이라는 불꽃을 만나
이미 거대한 화염으로 휩싸였습니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