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의 기준점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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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불면 나무는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린다고 해서 곧바로 뿌리가 뽑히지는 않는다. 이런 나무 중에는 바람을 못 이기고 뿌리 채 뽑히는 것도 있고, 처참하게 흔들려도 중심을 찾아가는 나무가 있다.

무성한 잎사귀는 소란스럽게 흔들려도, 뿌리는 중심을 잡고 버티고 있다.

나는 바람이 불어오는 날, 한강변에 서 있었다. 여의도 63빌딩에서 용산구로 이어진 원효대교 부근이었다. 여기저기 바람에 휘날리던 나무들을 보았다. 막 부러질 것처럼 휘어지던 나무가, 바람이 잠잠해지자 다시 제 자리를 찾는 모습이 신기할 만큼 유난히 눈에 남았다.

그런데 흔들림 속에서도 뿌리가 뽑히지 않는 이유는, 무성한 잎들이 아닌 뿌리였다. 그 시기의 나는, 한 가지 결정을 앞두고 오랫동안 망설이고 있었다. 직장을 옮길 것인가, 그대로 남는가였다.

일은 비교적 편했지만, 이 길 끝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불안감이 계속 바람처럼 불어왔다. 지금 편하게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느냐”는 고민에 휩싸였다. 불안보다는 익숙함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삶은 편해도 미래의 희망이 없다는 것 때문에, 마음에는 폭풍우와 같은 바람이 불었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듯, 사람들도 똑같이 이 세상 파도에 흔들린다. 잠시 무게 중심을 잃어버린다. 사실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사느냐였다. 삶의 기준이 분명하다면, 바람은 나를 견고하게 키우는 시험이었다.

흔들림은 거창하지 않게, 아주 일상적인 얼굴로 찾아온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도 자기 삶의 기준점을 잃어버리지 않는 게 강한 것이었다.


흔들린다는 것은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중심을 찾고 있는 신호였다. 망설이던 선택 앞에서 계속 서 있던 순간, 그때의 나의 기준점은 ‘내일을 살아가는 내 모습’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살아가야만 하는가가 기준점이었다.


사람은 늘 선택의 교차로에 선다. 이럴 때마다, 주로 감정도 앞서고 계산도 앞선다. 흔들리는 날은 실패가 아니라 점검의 신호다. 중심이 약해졌다는 알림, 혹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 지금 흔들리고 있다면, 다시 기준점을 세우면 된다.

우리는 언제나 흔들릴 수 있다. 미래의 내 삶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된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잘살게 하는 것인가라고. 그 질문이, 내가 흔들릴 때마다 다시 돌아가는 기준점이 되었다.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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