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 놓아야 할 불안감

I누가 행복한 사람인가I

by 작가 기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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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이 찾아와 곁에 앉아 있는 감정이 있다.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불안감이다. 이런 감정을 떨쳐내려고 애를 써도, 사라지지 않고 증폭되기만 한다.

작은 신호음처럼 생각을 타고 들어온 불안은, 반복된 고민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상태로 번졌다.


“왜 불안감을 느낄까?”


이 감정을 불러온 원인은 과거도 현재도 아니다. 미래의 일이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삶을 상상하며, 커다란 심적 부담감을 가질 때 불안감이 찾아든다. 처음엔 작은 신호음과 같이 생각을 타고 들어왔지만, 반복된 고민 속에 폭발적인 감정 상태까지 끌고 갔다. 괴롭고 번거로운 심리 상태였다.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것처럼, 나 또한 같은 경험자였다. 대학에서 생활하다가, 처음 사회로 진출하고 기획 레포트를 작성해서 직장 상사에게 보고해야만 했다. 그때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직장노조를 결성할 시기였다. 내게 주어진 과제는 그들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제안하는 일이었다.


나는 비밀 보장을 전제로 면담을 진행했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고했다. 그러나 직장상사는 별도의 면담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치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벌컥 화부터 쏟아냈다.


“이 사람아, 내가 지금 그들을 혼내겠다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뭔 보고를 이렇게 해.”


지금 돌아보면, 분명한 권력의 압박이었다. 그날 사무실 공기가 유난히 무거웠다. 말은 끝났지만, 마음은 그 자리에 오래 남아 있었다. 나에겐 심리적인 압박감이 몰아쳤고, 앞으로 직장생활에서 불이익을 감당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스며들었다. 직장 상사에게 찍혔다는 불안감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불편함에 대한 괴로움을 불러냈다.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순간에, 내 삶 속에서 불쑥 불거지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선택이 틀릴까 봐, 아무 선택을 하지 못하고 서성거릴 때도 찾아왔다.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늦은 내 삶의 속도가 겹쳐 보일 때도 조급해졌다.


하지만 지금껏 익숙했던 일들의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때도, 미래의 삶을 향한 불안감이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는 불안을 없애야 할 감정으로 여긴다. 어떻게 해서든 떨쳐내야 하고, 극복해야 하며, 지나가길 기다리는 대상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살다보면, 불안은 사그라지는 감정보다는 길들여야 할 감정인 것을 눈치챌 때가 있다. 제대로 길들이지 못한 불안감은 삶의 방향을 헤집어 놓고, 선택 앞에서 발을 묶어 놓고, 아직 오지 않는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게 만든다. 내면에서 엄청난 소음을 불러낸다.

하지만 잘 길들여 놓으면 내 삶의 경고등이 된다. 마음에서 불안감이 솟아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기도 한다. 지금 이 시간, 나를 흔들어 놓는 불안감 속에서 무엇을 지켜내야 할 것인가였다. 불안감은 나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가다듬게 하는 훈련장이었다.

때때로 감정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조금씩 길들여 놓을 뿐이다.





[브런치북]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

#기안장 작가의 또 다른 브런치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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