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넋두리

-의식의 흐름대로 남기는 이야기

by noodle

비행하는 책방지기 이야기를 하지 못한지 일년, 이 훌쩍 흘렀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를 쓴 게 12월이었거든요. 지금은 2월 2일, 한국 시간으로는 이 곳 보다 조금 더 빨리 2월 3일이 되려나요? 지난 한달여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부앙- 속도를 붙여 달아나버렸습니다. 아, 달아났다고 하기에는 꽤나 많은 일이 있었으니, 꼭꼭 채운 한달이 정신없이 굴러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요?

나는, 또 14시간을 날아 이 곳 바르셀로나에 왔습니다. 고딕지구까지 1시간 남짓을 걸어 이번 주말에 있을 북토크 번역가님께 드릴 초콜렛을 사고 돌아오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비를 피해 들어온 낯선 카페는 와이파이를 제공해 주지 않았지만, 목구멍을 알싸하게 타고 들어가는 밀크티의 맛은 나쁘지 않네요.

우연히 만난 카페를 좋아합니다.

매주 월요일이 될때마다 글쓰기는 근육과 같아서 자주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브런치의 친절한 알람을 무시하며 지냈던 지난 한달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고맙게도 주변의 몇몇 분들이(그래봤자 한 세명? 정도의 극소수 인원이지만요) 왜, 글을 발행하지 않느냐고 물어주었습니다.

왜 아무것도 쓰지 못했냐구요? 지난 1월은 마음의 여유가 도무지 없었거든요. 20년간 변함없이 출퇴근을 하던 근무지가 완전히 새로운 공항으로 변경되었고, 그로 인한 혼돈과 걱정이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있을 여유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아, 아이들의 방학도 한몫 했겠네요. 보통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루의 여유 시간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운동을 다녀온 직후에 뿌듯한 근육통을 안고 카페에 눌러앉는 순간인데, 이녀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그런 여유가 생길리 만무했지요. 그리고 묘한 엄마의 책임감에 방학인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라도 가야만 할 것 같아, 제주도에 한번 상해에 한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회사에서 중요한 교육도 있었어요. 승무원으로서의 목숨을 1년간 연장하는 아주 중요한 교육인데, 이번에는 합병 이슈로 연간 하루였던 교육이 무려 3일로 연장되었습니다. 순간 순간,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정말이지 여유가 없었다구요.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넋두리나 하며, 손가락을 움직여 보는 중입니다.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취중독서 중입니다.

역시나,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 이렇게 주절주절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여유가, 순간이 몹시나 소중해요. 12월에 읽기 시작해서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한채 가방 속에 머물러 있던 책도 꺼내어 보고, 주말 북토크를 진행할 책도 새롭게 눈에 담아봅니다.

모두, 평안하신가요?

나는 나의 하루도, 당신의 하루도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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