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의 숨은 조력자들2.
책방은, 모두의 희생으로 굴러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마운 모두에게 이 고마운 마음 갚을 날이 올까요? 2025년이 저물어가고 있고, 책방은 2살을 넘겼습니다. 나는 매일 매일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 가지고 싶은 것들, 누리고 싶은 일상, 전부 할 수 있는 나는 정말 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모두가 나에게 베풀고 있는 이 배려가,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마운 이들을 꼽으라면, 역시 남편과 아이들이 생각나요. 열살, 여덟살 나의 꼬맹이들. 그리고 이제는 함께 한 시간이 각자 살아온 시간을 넘어선 나의 오랜 친구,
맨처음 책방에 함께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직은 아이들이 너무 어린게 아닌가 마음이 쓰였습니다. 엄마 손이 필요할 나이인데 안그래도 집 비우는 엄마가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게 아닐까, 늘 전전긍긍했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두 살씩 나이를 더 먹었고, 책방도 2주년을 넘겼으며, 우리의 결혼 생활도 2년이 더 늘어난 11년차가 되었습니다. 스무살, 친구로 만나 긴 시간 나를 보아온 사람. 어쩌면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게된 남자. 2년 전 책방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그 때에(사실 마음 속에 정답은 이미 있었던 것 같지만 꽤나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선뜻, 나를 이해해준 가족들. 책방이 좋다고 이야기해주는 나의 아이들, 안그래도 귀한 주말 쪼개어 책방에 들락거려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주는 너. 어쩌면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아서, 나에게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그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나는 새벽에 엘에이에서 돌아와 쪽잠을 자고, 책방 연말 파티를 준비하러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3박4일 만에 돌아온 엄마가 낮잠 자고 일어나 책방을 간대도 반갑게 손흔들어주는 너희들.
새벽까지 책방 파티를 하고 월요일 아침 힘겹게 일어났는데, 둘째의 가방에서 주말에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숙제를 발견했습니다. 진한 죄책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날 따라 유독 밍기적거리는 둘째에게 소리를 질러놓고, 책가방을 확인하지 않은 남편에게 화를 담아 카톡을 보내놓고, 월요일은 내내 우울했습니다.
나는 뭐하는 엄마일까. 1학년 꼬꼬마 숙제 하나 챙기지 못하는 무능한 엄마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또 무거웠어요. 남몰래 숨겨둔 나의 묵직한 죄책감이 한없이 올라와 눈물이 났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진한 감사의 마음을 품고 강릉의 2박3일을 함께 보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습니다. 며칠 전의 죄책감은 온데간데 없이 잊고, 이렇게나 예쁘게 자라고 있는 나의 보물들에게, 감사의 마음만 남겨 두었습니다. 또 다른 어느날, 불쑥 나의 죄책감이 고개를 들지라도, 괜찮습니다. 나에겐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나의 아군들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