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행운

-긍정주의자에 대한 고찰

by noodle

뭔가 행운이 올 것 같은 꿈을 연달아 꾸었습니다.

집에 키우는 육지 거북이가 있는데 (이름은 두개: 아이들은 꼬물이라 부르고, 남편은 세바스티앙이라 부르지요) 이 녀석이 새끼를 여러마리 낳는 꿈이었습니다. 거북이가 알도 아니고, 새끼를 여러마리 낳다니 꿈은 꿈인 모양이지만, 꿈 속에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엇 이꿈 대박인데? 연달아 꾸게 된 다음 꿈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똥'이 잔뜩 나오는 꿈이었습니다. 왜인지 나는 '똥'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이 또한 길몽이라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기에 엇, 연달아 두개라니! 어마어마한데? 싶었습니다.

때마침 나의 회사 스케줄에는 스탠바이 두개가 나란히 찍혀있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항공사는 스탠바이 스케줄을 운영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변경되는 패턴이나 지각, 혹은 병가자 등의 인원을 메꾸기 위해 스탠바이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보통의 승무원들은 이 스케줄을 좋아하지 않아요. 변수가 있으니까요. 나도 스탠바이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두개가 연달아 있을 때 혹은 뒤에 내가 싫어하는 스케줄이 있을 때엔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게 나올지 모르는 뽑기 같은 거랄까요?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하니, 첫째 아이가 내용을 이야기 해달라고 조릅니다. '안돼. 이거 아무래도 엄마 스탠바이에 좋은 스케줄 나올 꿈 같단 말이야. 스케줄 나올 때까진 비밀로 하고 있어야 이뤄질꺼야 '


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한대로 이루어져라.

짠! 하고 나온 내 스케줄은 정말 신기하게도 일본 레이오바. 두 개짜리 스탠바이에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스케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짧은 일본 레이오바를 다녀온 덕에, 진짜 오랫 만에 시댁 제사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다음 날도 일찍 돌아와서 아이들과 닭백숙을 먹으러 갔습니다. 우연히 찾아서 간 식당은 음식도 맛있고 사장님도 엄청 친절하셨는데, 나오는 길에 소주 한병이 결제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서둘러 돌아가서 말씀드리니, 웃으시며 새해선물이라고 말씀하시네요.


다음날 스케줄은 정말 너무나 좋아하는 제주도 레이오바였는데, (제주에서 머물수 있는 시간이 제법 여유로와 모두들 좋아하는 비행이지요.) 새벽 출근인지라 서둘러 나왔는데도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택시 기사님께 죄송하지만 조금 빠르게 가 주실 수 있을지 여쭈었지만, 내심 마음이 불안했는데,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130을 밟아주신 기사님.

일찍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하니 손님이 바쁘다고 하시는데 당연히 서둘러 와야지요 라고 감사한 인사를 건네주시는 기사님. (의심? 해서 죄송해요)

그 날 함께 한 사무장님은 내가 회사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얀 백발에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던 장난꾸러기 아저씨. 본인 처제를 닯았다고 마흔 넘은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시는 따뜻한 사람. 닮고 싶은 어른.

시장 옆구리에서 발견한 작은 카페에서 언니가 여기 있다는 기쁜 소식을 알아버렸습니다!

제주에 도착해서 동문 시장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브런치를 열었는데, 반가운 댓글이 달려있었습니다. 예전에도 댓글 달아주셨던 분인데, 닉네임이 어딘지 내가 아는 동기를 떠올리게 해, 그 동기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어머 그런데 이 동기, 지금 제주에 있대요. 한달음에 달려가 오랫만에 그녀와 밀도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언제 만나도 현명하고 똑똑한 언니. 세상 도움되는 조언자.







으엉 표고가지닭고기튀김? 진짜 너무 맛있어요!!!!

언니와 헤어지고 나서는 동네 맛집에서 혼술&독서를 했고, 다음날 아침에 한바퀴 해변가를 뛰었고, 아침 조식 쿠폰으로 퀴노아 샐러드의 건강한 맛을 만끽했습니다.

그 다음주에도 또 스탠바이 두개가 연속으로 있었는데, 어머나? 동기와 함께하는 제주도 레이오바가 또 나왔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거라고, 온세상 기운이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의 퀴노아 샐러드까지 완벽하군요!


행운의 연속. 작은 행운들이 자분자분 모여들어 나를 긍정적인 인간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겁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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