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들키고 싶지 않은 나약한 마음의 목소리
나는 열정적인 사람인가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제주에서 우연히 좋아하는 동기를 만났습니다.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밖에 나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아 회 한사라 배달해두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언니에게 책방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몇몇 동기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는데(그렇다고 서운하다고 느낀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들의 적당한 무관심이 안심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구지 이야기하지 말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내 예상과는 달리 엄청난 반색을 표하며, 나를 응원해 주었습니다
언니. 사실 나는 조금 무서운 것 같아. 나는 내가 열정적인걸까 잘 모르겠어. 그렇다고 회사에서 막 잘나가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못 챙기고. 뭐하나 제대로 할 자신이 없는 건 아닐까. 책방을 하기 전엔 죄책감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죄책감이 들 때, 마음이 좀 그래. 분명히 북토크를 하는 순간에 마음이 벅차오르고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시간이 지연되면 아 아이들과 저녁먹기로 했는데 하는 마음이 올라와. ㅈㄴ이에게도 8시까진 들어간다 했는데,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럴때 가족에게 진한 미안함이 들어.
언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누들아. 네가 죄책감을 느낀다는건, 그 일에서 그만큼 네가 만족하기 때문일꺼야.
아! 머리를 한대 엊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 분명히 나는 책방을 좋아해. 어쩌면 나는 나의 열정마저 잣대질하며, 풍족하지 않다고 부족하다고 채찍질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눈에 너무나 열정적으로 보이는 책방 언니를 보며, 나는 도대체 뭘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기 언니는 또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누들아. 그 언니는 네가 부러울지도 몰라. (사실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ㅋㅋㅋ) 너는 다 해내고 있는거야.
잘 하고 있어.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요?
시간에 쫓기고, 마음에 쫓기고, 일상에 쫓겨 놓치고 작게 좌절하고 하지만 금방 털고 일어납니다. 맞아요. 나는 잘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작은 열정도 소중하게 대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국제도서전에서 프랑스관을 우리 책방이 맡게 되었는데, 부쓰를 책방같은 느낌으로 꾸며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내 열정의 크기가 크던 작던 상관없습니다. 나는 분명히 그 일을 하고싶고, 확실하게 설레고 있습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많이 두렵고, 실망시키면 어쩌지 무섭지만, 누구보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꾸며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는 꽈악 움켜쥐고 있을겁니다. 그 마음이 책방에, 국제도서전에, 손님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랄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