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제 자리예요."
2025년의 추석연휴는 하루만 연차를 쓰면 장장 10일을 쉴 수 있다.
연휴가 긴 만큼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이동이 분산될 것으로 보여 교통 대란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가장 큰 명절인 추석, 설 명절에는 '국민 대이동'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뉴스에서 종일 보도할 만큼 큰 이슈이다.
고향에 갈 '표'를 구하는 것도 교통 대란의 하나이다.
지금은 인터넷, 모바일, 현장구매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예전에는 '현장구매'였다.
해당 기차역, 버스터미널에 가서 예매를 해야 했다. 기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예매일 전날부터 밤샘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매번 보도했다.
게다가 요즘처럼 모바일 표는 없고 '종이표'만 존재했다.
명절이 다가오니 예전에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꽤 몇 년 전 일인데 인터넷 예매까지 되던 때였지만
인터넷 예매 후라도 버스미널의 기기에서 종이표로 뽑아야 했다. 종이표가 필수였다.
버스의 입석도 되던 때라, 입석을 원하면 다른 시간의 버스표라도 태워주었다.
그래서 매진이었던 시간대의 버스에 자리가 남아서 운이 좋으면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그날도 사람들로 북적이며 비슷한 풍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출발시간이 되었는데 내 옆자리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출발시간 정각까지 이렇게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시간대의 표를 가진 사람 중 선착순으로 태운다.
그래서 운이 좋은 어떤 아저씨가 타게 되었다.
자리가 다 차게 된 후엔 입석을 원하는 사람을 추가로 태우게 되는 것이다.
몇몇의 사람이 입석으로 타고, 출발 직전 어떤 청년이 급하게 마지막으로 타게 되었다.
이 청년은 구입했던 표를 주머니에서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그 사이에 버스는 출발했다.
표를 정 찾지 못하면 현금으로도 내면 되므로.
버스가 출발한 지 좀 되었는데도 그 청년은 주머니며 가방이며 계속해서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 표를 드디어 찾았는데, 하필 내 옆자리의 진짜 주인이었다
청년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제 자리예요."
하..
요즘도 그렇지만 명절연휴에는 차가 막힌다. 몇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앉아서 가지 못한다면 정말 고통스럽다.
그 청년은 버스 기사에게 표를 준 후 승차권을 내 옆자리 아저씨에게 내밀면서 내 자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나는 정당하게 얻은 자리라고 비켜주질 않았다.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양보의 여지가 없었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는 커졌다.
난 멀미를 잘하기 때문에 버스에서 잠들어야 견딜 수 있는데 잠을 잘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주변 승객들도 눈치 보다가 몇몇의 사람들이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을 보태자 내 옆좌석 아저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를 내주었다.
누구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이 어른에게 좀 양보 좀 하면 어때?'
'젊은 사람이 서서 가도 괜찮잖아?'
하지만 저 청년도 고향에 가기 위해 치열하게 예매를 했을 것이다.
또 아저씨는 버스기사님이 자리가 남는다며 태워주어 앉았을 뿐이다.
이럴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가?
두 승객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 아직도 기억이 나면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향에 가는 길에 얼굴을 찌푸려야 했던 일이 있었지만 그 두 분의 명절은 그래도 해피엔딩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