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는 클래식을 타고
목적지에 가까워질 때쯤 정신이 깬 나는 그제야 93.1의 의미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클래식 라디오 채널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하는 출장이 잡혔다.
기차역에 오전 7시 48분쯤 도착 후 택시를 탔다.
보통이면 이동 시간은 20분쯤 걸린다.
하지만 이 시간은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막힐 것 같았다.
이른 시간 출장이라 평소 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새벽에 몇 번이나 깼다. 수면 부족과 함께 피로감은 걷는 발이 무거울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런 날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멀미.
택시를 타자마자 신호가 왔다. 멀미 신호.
택시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바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길..'
예상대로 차가 막혔다. 이건 또 다른 신호다. 멀미를 참아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신호.
또 속으로 생각했다.
'무사히 도착했으면...'
눈만 감고 잠도 들지 못한 채 울렁거리는 속을 참느라 식은땀이 날 것만 같았다.
침묵 속의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라디오를 켜셨다.
라디오에서는 발랄한 가요가 나왔다.
그러다 갑자기 이렇게 말하셨다.
"93.1"
'응? 뭐라고 하셨지? 잘못 들었나?'
실눈을 뜨려는데
"네에~"라고 AI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사님께 음성으로 AI에게 명령어를 말씀하신 거였다.
딱 그 한마디.
"93.1"
멀미에 시달리는 나는 정신이 없었고, 아주 얕게 잠이 좀 들 수 있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 때쯤 정신이 깬 나는 그제야 93.1의 의미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클래식 라디오 채널이었다.
택시 기사님은 아마도 내가 피곤해서 눈을 감았다고 생각하시고, 시끄럽지 않은 클래식 채널로 돌리신 것 같았다. 피곤해하는 나를 배려해 주신 것이다.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라디오를 다른 채널로 바꾸셨기 때문이다.
가요가 나오는 채널로.
앞으로 택시를 탈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