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으로부터 두 번 버려진 아이들

성적만 기록되는 교실에서

by 꿈달

우리 아들은 공부를 못한다. 공부를 못해도 개학을 했으니 학교로 갔다.
어제 개학 첫 날.

“어땠어?” 하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렇지 뭐. 지루해.”

혹시 공부를 못하니까 학교에 기대가 없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아이는 말했다.
"형들을 만나면 재미있어. 인생 얘기도 하고 그렇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복도로 다 튀어 나와서 소리지르고 뛰어 다녀. 왜 그런건지."


나는 말했다.

"그냥 수업만 잘 들으면 안 될까. 니가 잘하는 생각하면서. 선생님 설명 듣고 곱씹고. 그러면 성적도 올라가겠지"라고 말했더니 아들의 대답은 단호했다.

“공부해야 하는 건 알아. 근데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마음을 쓰고 싶지 않아. 엄마 창피하게 만들기 싫어서 공부해야지...하고 마음을 먹게 돼.”

"아들, 엄만 네가 창피하지 않아. 사춘기라고 엄마한테 말대답한 적도 없고. 중2병도 걸리지 않았는 걸. 그런데 아들....넌 그 위험하다는 자전거 묘기도 잘하고 기타도 잘 치잖아. 공부도 그런 마음으로 하면 안 될까"

"자전거랑 기타는 내가 좋아하는 거지만 공부는 안 좋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공부를 좋아하려는 마음을 만들기 위해매일 법륜스님 강의를 하나씩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주엔 내게 반야심경을 물었구나 싶었다.


아들은 "마음을 비우고, 엄마를 위해 공부한다는 게… 쉽지 않아"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일이 있었다. 학부모 나이스 서비스에서 확인한 성적통지표에 국어와 예체능만 세부특기사항이 적혀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 문의했더니 '학급당 20%만 기록하면 된다'는 규정이 따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공부가 어려운 아이들은 이렇게 두 번 버려진다.
숫자에서 한 번 낙담하고, 기록이 없는 빈칸에서 또 한 번 낙담한다.


그 공백을, 집에서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그리고 학교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아들 선배가 자퇴한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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