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 위에 선 아들과 나 (1)

아들의 침묵이 나를 흔들던 밤

by 꿈달

요즘 아들이 말이 없어졌다.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춤 연습을 요즘 더 열심히 하기에, 춥기도 하고 자전거 대신 비보잉을 하는구나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혼자 연습하고, 눈 오는 날에는 혼자 눈 맞고 들어왔다. 표정도 없고, 눈치 보며 EBS 수학을 켜는 모습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말을 꺼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요즘 왜 그래. 말도 없고 혼자 다니고.”

“공부하라고 해서 하고 있잖아. 근데 뭘!”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짜증을 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참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말했다.


“고민 있어? 엄마한테 말해줘.”

“그냥 둬.”

“엄마가 네 눈치 봐야 해?”

“그럼 눈치 보지 마.”

“가족인데 어떻게 네 표정을 안 봐.”


잠시 침묵.

그러다 아들이 말했다.


“왜 사나 싶어서 그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어서 그래.”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죽고 싶다는 건가?

순간 스친 공포.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했다.


“난 너의 그런 고민. 환영해. 엄마도 그랬어.

왜 가난한 집 맏딸로 태어났나, 왜 우리 부모님은 못 배웠나,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는 건가… 늘 왜, 왜, 왜였지. 근데 외할아버지는 못 배웠어도 현명한 분이었던 것 같아. 엄마 힘든 걸 어찌나 잘 아셨는지 ‘딸아, 난 니가 내 맏딸이라 좋은데 넌 니가 맏이라 힘들지?’라고 말해준 그 한 문장이… 엄마 인생 버티는 힘이 됐어. 그런데 말이야. 엄마는 외할아버지처럼 자식 속을 모르겠어. 그러니까 말해줘.”


아들은 울고, 나도 울었다.

아들은 속상해서 우는 건지,

나는 내 인생이 깝깝해서 우는 건지, 아버지 생각이 나서 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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