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돌아온 우리집 평온과 비로소 들린 진심
내 울음이 멎자 아들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문 닫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다.
남편은 말없이 맥주 하나를 꺼내 준다.
“사춘기는 너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새벽 5시.
아들 방 문을 살며시 열자, 몽이가 먼저 폴짝 침대로 올라간다. 아들이 뒤척이며 날 보더니 팔을 뻗었다. 나는 아이를 안아 주었다.
“소리 질러서 미안.”
아들은 말이 없다. 그냥 내 등을 손 끝으로 두드린다.
“오늘 저녁 한 잔 어때? 넌 스프라이트, 엄마는 맥주. 안주는 네가 골라.”
아들 볼을 쓰다듬고, 이불을 정리해주고 나왔다.
그리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친구랑 같이 가기로 했다며 아침도 안 먹고 나섰다.
퇴근 후 돌아오니 아들은 교복도 안 벗고 누워 있었다. 세 시간 동안 내 줌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였다.
밤 9시 반.
피자에 맥주, 스프라이트. 몽이는 식탁 아래서 간식을 씹는 중.
어제 일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 기분을 묻지도 않았다. 그냥 뉴스 이야기만 나눴다. 평소처럼.
“나 씻을게.”
잠시 후 욕실에서 아들의 노래가 들렸다. 남편이 말했다.
“난 아들이 욕실에서 노래 부를 때 제일 마음이 편해. 근데 이번 주 내내 노래 안 불렀어.”
그제야 알았다. 그게 신호였다는 걸.
남편이 내게 해 준 말이다.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오길래 그냥 물어봤어. 어젠 왜 그랬냐고. 학교를 선택한 것도, 친구와 헤어지는 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겁고 복잡한 감정이 있나 봐.
아들은 동네 공립고 대신 다른 동네 사립고를 스스로 선택했다. 중학교 후배들의 매너 없음, 선생님들의 무관심과 힘들어하는 공립 학교 교사들의 현실.
그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거다.
이렇게 질풍노도 아들의 반항은 끝났다. 나는 ‘말하고 이해하고 화내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들은 달랐다.
말하면 엄마가 이렇게 말할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가서 친구 사귀면 되지.”
“그런 애들은 무시해.”
“공립은 민원이 많으니 선생님이 힘들지. 사립고 가길 잘했지.”
하지만 아들은 이해와 해결을 원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누군가를 원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