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숙희 Jun 26. 2024

고사리 손으로 만든 선물

그림 : 옥서준


초등학교에서 하교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1학년 돌봄 교실에서 귀여운 남자아이 서준이가 나온다. 아이의 모습은 아직까지 유치원 티가 남아있는 앙증맞은 모습이기도 하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헐렁한 합기도 도복이 형아 옷을 입은 듯 커 보이고, 어깨에는 등보다 큰 빨간 가방을 메고 있다. 오른손은 자전거 타다 넘어져 깁스를 하였고, 왼손에는 미술시간에 그리고, 만든, 그림 한 점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안쓰럽게 보였었다.


“서준아! 그림 이리 줘 가방에 넣어줄게!” 내가 넣어줄 요량으로 말했다.


아이는 쑥스러운 듯 몸을 살짝 비틀면서 그림을 건네주며 하는 말, “선물이에요”라고 한다.


“친구한테 선물 받은 거야?”라고 물으니, 고개를 저으며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그럼 혹시 이거 나 주려고 그런 거야?”라고 묻는 내게 쑥스러워하면서 고개만 끄덕인다.


하교시간에 돌봄 교실에서 교문까지의 거리는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3월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6월이 끝나가는 시점이 되었다. 그동안 아이의 마음에 나의대한 존재는 아이가 건네준 그림 한 점에 담겨있었다. 나는 서준이에게 할머니와 같은 존재였고,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서준이의 마음에 스며있었나 보다. 나 또한 1학년 외손자를 둔 할머니이기에 1학년을 대할 때마다 할머니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서준이의 마음이 담긴 그림을 벽에 붙여 놓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본다.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가져본다.  

작가의 이전글 문수동떡(댁)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