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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희 Jul 27. 2024

쌀밥냄새


간밤에 열대야로 목 줄기에는 땀이 흐른다. 어제 최고기온이 35도의 푹푹 찌는 맹위를 떨친 더위였다. 새벽녘에 한차례 비가 내렸다. 조금은 시원해진 느낌이다. 요즘은 해가 뜨면 덥기 때문에 밖의 활동을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른 새벽에 운동을 나섰다. 농로를 따라 걸어 본다. 좌우로 펼쳐있는 넓은 들판이 온통 초록물결로 눈을 시원케 한다.


이른 여름, 이양기로 모내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이 자라 있다. 초록빛 포기마다 맺혀있는 이슬방울들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울까! 영롱한 이슬방울들을 혼자 감상하기에는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새벽 운동을 나온 아낙네에게는 행복한 선물이 된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이슬방울과 교감을 나눠봤다.


어디서 나는 쌀밥냄새일까? 논에서 나는 구수한 쌀밥냄새가 코끝에 머문다. 가을에 추수한 햅쌀로 밥을 지으면 자르르 윤기가 도는 구수한 쌀밥을 먹을 수가 있다. 바로 그 구수한 냄새가 논에서 나고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체험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지금 80세 이상이 되신 어르신들은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에 그렇게도 먹고 싶어 했던 하얀 쌀밥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먹을 것이 풍요로운 세상,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한다며 탄수화물을 거부하는 배부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옛날에는 쌀이 부족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때가 있었다.”라고 하면 “밥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면 되지요.”라고 아이들은 말했단다.


쌀이 없다는 가정 하에, 돈이 있어도 쌀을 살 수 없는 그런 현실이 온다면, 날마다 매 끼니마다 밥을 먹을 수 없는 때가 온다면, 그 배 고품을 채워 줄 소중한 쌀이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배 고품은 체면도 염치도 모두 삼켜버린다. 누구나 배고픔 앞에서는 견디기가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장자의 명분을 팥죽 한 그릇과 바꿔버린 에서처럼 말이다.


논에다 물을 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옛 속담에 이르기를 ‘논에는 물이 장수’라는 말이 있다. 즉 논농사에서 물이 가장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렇듯 밥은 우리에게 보약이 된다. 귀한 쌀이 있어 날마다 먹는 일용할 양식에 대해 오늘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푸른 물결로 넘실대는 논을 바라보니, 풍요로움과 함께 구수한 쌀밥냄새가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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