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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Apr 14. 2024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랑에 대하여 4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중간까지 읽고 쓴 글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자기 앞의 생’은 주인공 모하메드(모모)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작품이다. 모하메드는 아버지도, 어머니의 존재도 모른 채 자신을 돌보아 주시는 로자 아주머니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가끔씩 아이들을 찾아오는 부모의 존재를 보며 자신에게는 없는 부모의 존재를 체감하고, 때로는 반항하기도 한다. 로자 아주머니와 지내는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오랜 기간 이곳에서 지내온 모모는 점차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을 돌보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로자 아주머니를 돌보아주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을 사랑으로 돌보아주는 것이라 믿었던 로자 아주머니가 사실은 정체 모를 자신의 부모로부터 매달 꼬박꼬박 돈을 받아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이렇게 돌봐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모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모모는 충격에 사로잡혀 하밀 할아버지에게 가서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는지” 묻는다. 하밀 할아버지는 고민하다,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보살핌이 돈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으로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수록 돈 이상의 어떠한 인간적인 결속을 보여주는 듯하다. 텅 비어있던 사랑의 공간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가득 차있었던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밀 아자르라는 작가의 삶이 이 작품을 닮아있지 않았을까? ‘자기 앞의 생’이라는 작품은 ‘로맹 가리’라는 작가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만들어 발표한 작품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사촌에게 ‘에밀 아자르’라는 역할을 대신 부탁하기도 했는데, 그랬던 까닭에 오히려 ‘로맹 가리’라는 본명으로 낸 작품들이 ‘에밀 아자르’를 따라하는 것이라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에게는 ‘진 시버그’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아내가 어느 날 의문의 죽음을 맞은 뒤 1년 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죽음과 함께 ‘에밀 아자르’라는 그의 정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의 삶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뒤늦게 이것저것 찾아보았는데, 그의 삶 속에 녹아있던 사랑의 자취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죽음이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종합해 볼 때, 그에게는 분명 사랑이 가득한 때가 있었고, 그 사랑이 다했을 순간 역시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랑이었던 그 모든 것에 안부 인사를 전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by. 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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