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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Jun 10. 2023

쿵쾅거림이 혈압을?

병상일기 2

쿵쾅거리는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 이름을 부른다.

심호흡을 한다. 진료실로 들어가기 전 간호사가 혈압을 다. 너무 높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엄청난 숫자다.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고 기름진 걸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혈압 오를 일도 없는데 어째서...?'


두근거림은 가라앉지 않았고 진땀까지 뽀짝 났다. 혈압을 잰 간호사가 묻는다.

"고혈압 있으세요?"

"아..니..요? 오히려 저혈압에 가까웠는데..., 무슨... 일일까요...?"

간호사는 혈압계의 공기를 주물러 빼더니 다시 한번 잰다. 아까보다는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높다. 진땀을 흘리고 있는 나를 본 간호사는 "가끔 그런 환자분들 계세요."라는 말로 위로인 듯 위로 아닌 듯 위로 같은 말을 건네며 진료를 해줄 교수님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대답을 하고 시키는 대로 진료실로 들어가자 하얀 가운을 입은 교수가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 한다. 진땀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린다.




'으이구..., 이 쫄보 심장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러니?'

속으로 심장을 다독이며 문진(問診)에 대답을 한다. 교수는 상태가 썩 안 좋다 판단했는지 입원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며, 먼저 몇 가지 검사를 하라 한다.


협력 병원 검사실로 가서 소변과 혈액, 심전도 등...,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CT검사실로 가서 사진을 찍고는 입원 수속을 하였다.


결국, 입원이다.

여섯 명이 쓰는 6인실에는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2인실을 쓰기로 했다. 많이 좁다.

그래도 다리를 끌어야 하는 상태이니 화장실이 가까이 있는 게 낫겠다 싶어 답답해도 참기로 한다.


하룻밤 잔 다음 날 새벽, 간호사가 혈압을 재러 왔다. 첫날보다는 떨어졌어도 여전히 고혈압 초기 단계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본다. 잠을 못 자거나 날씨가 추우면 혈압이 올라간다고 한다.

옷을 한 겹 더 입고 자본다. 다음 날 같은 시간에 재니 정상이란다. 그다음 날도 한 겹 더 끼어 입고 잔다. 아침에 잰 혈압은 정상이란다.


'추워서 올라갔던 거구나.'


새벽이면 난방이 꺼지는데 추우면 히터를 틀어야 한다는데 그걸 몰랐고, 땀도 많이 나고 다리가 시리기도 하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참았더니 안 되겠다.

가까이 사는 벗에게 번거로운 부탁을 한다. 전기요와 이런저런 것들을 보내 달라고.


밥반찬은 잘 나오는 편이고 맛도 괜찮은 편이라 잘 먹고 있는데, 벗은 "이쯤 되면 병원밥이 맛없고 질릴 때 되지 않았느냐."며 바리바리 싸서 보내왔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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