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안 주어도 되겠네~~
저녁 산책길에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다.
큰 길가, 마을 들머리 밭이랑에 마주 보고 선 아이들이 놀이하듯 뭔가를 하는 데 아름다워 보였다. 아니 너무 예뻐 보였다.
요즘 시골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일은 흔치 않기에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오빠가 유치원 다니는 듯 보이는 동생을 데리고 고구마를 심는 엄마 일손을 거들고 있다.
엄마는 저만큼 뒤에서 비닐 멀칭을 한 밭고랑, 구멍이 뚫린 비닐에 싸인 두둑에 미리 물을 부어 놓고, Y로 생긴 막대기로 고구마 줄기를 흙속으로 밀어 넣듯 심는 고구마 심기가 한창이었다.
남매는 이랑을 따라 엄마 보다 몇십 미터 앞에서 엄마 편하라고, 몇 가닥 뿌리가 내린 고구마 줄기 한 개씩을 검은 봉지에서 꺼내 동생 손에 쥐어 주며 내려놓게 하고 있었다.
학교에 갔다가 학원으로 가는 짬짬이 게임을 하는 요즘 아이들은 절대 경험하지 못할 일이다.
남매는, 우애는 물론 신성한 노동인 농사를 온몸으로 공부하고 있는 현장, 동네 한 바퀴를 돌던 발길은 저절로 멈추었고 끌리 듯 다가가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어머, 이뻐라~ 엄마 도와드리는 거니?"
"예,. 제 동생이랑요. 다은아, 이거 하나 짜리는 버려야 돼."
"......!"
동생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하나 짜리는 빼서 버렸다.
마치 '이렇게!'라고 묻는 듯.
"어머! 그건 심으면 안 되는 거야?"
"예,. 이건 고구마가 안 열리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엄마가 고구마를 심다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앞섬 작업을 마친 아이는 제 엄마에게, "엄마~~ 자전거 타도 돼요?"
"응~~"
"엄마~ 다은이 머리 묶은 거 풀러야 돼요~ 자전거 헬멧이 안 들어갈 거예요~~"
"어, 네가 풀어 줘~~"
나도 모르게 또 일하고 있는 엄마에게 말을 건다.
"어쩜,. 동생을 저리 잘 데리고 놀까요?"
"큰 오빠가 더 잘 놀아 줘요..^^"
무심한 듯 툭 뱉는 엄마의 표정에 흐뭇함과 뿌듯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그 모습도 아름다워 보였다.
ps : 고구마는 비 온 뒤에 심으라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을 듬뿍 준 뒤 심어야 하고, 한 며칠은 물을 흠뻑 주어야 한다. 다행히도 밤새 비가 오시어 오늘은 물을 안 줘도 되겠다. 남매가 심은(?) 고구마, 많이 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