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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Jun 02. 2023

그해, 병원에서 설을 쇠게 됐다

병상 일기 1

얼음꽃

2021년은 내게 일상과 다른 경험을 하게 한 해였다.

코로나19가 활개를 치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놀러 오라고 말하기도 부담스러운 날들이 이어지던 가을, 그전부터 성가시게 굴던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진통제로 살살 달래 봤지만 곱던 산빛이 수묵화처럼 바뀌어가고 칼바람이 골짜기를 휘돌며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통증은 아예 눌러앉았다.

겨울 차디찬 바람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종아리 아래의 비골은 에리다고 아우성이고 발목은 끊어질 듯 터질 것 같다고 생난리였다.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일이 버겁고 무척이나 힘들었다.

잠자기 전에만 먹던 진통제를 아침이나 낮에도 먹어야 했고, 엄지발가락과 발바닥은 감각이 무디어지다 끝내는 마비가 되면서 걷는 게 불편해졌고 다리를 끌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제일가기 싫은 곳이 경찰서와 병원이다. 경찰서는 특수한 공간인 데다 우리나라 경찰의 뿌리가 일제 강점기 때의 순사인지라 순사를 싫어하던 DNA를 근본으로 물려받았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병원은 알코올 냄새에 뒤섞인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를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은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라는 걸 본능(本能)으로 알려주었다. 

타협을 했다. 병원은 병원이되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는 한방 병원으로 가는 것으로.




곧 다가올 명절 설, 뉴스와 질병관리청에서는 하루하루마다 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려 주며 네 명 이상 모이지 말고, 설 쇠는 일도 가족이 다 모이는 일은 자제하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 결심했다. 혹시라도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올 걸 대비해 속옷과 칫솔 치약, 씻을 거리와 책 몇 권을 챙겨 싣고 한 시간 거리 00시에 있는 한방대학 병원으로 갔다.


한방대학병원에 들어서자 병원 문 앞에 임시로 설치한 천막에서는 안으로 들어가야하는 사람마다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었다.

나야 어디에 돌아다닌 적 없고 늘 보는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었으니 열을 재도 정상으로 나왔기에 쉽게 통과, 접수처로 들어가 진료 접수를 했다.


2층 진료실 대기 의자에 앉아 기다리다 보니 오가는 사람들이 저절로 보인다. 마스크를 야무지게 해야 하는 코로나 시국이지만 병원을 와야만 하는 아픈 사람들은 참 많았다. 


알코올 냄새 대신 한약 냄새가 은근하게 풍겨오는 대기실 복도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병원이라는 곳에 가면 진료 직전 으레껏 겪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증상이 여느 때와 달라서인가 유난히 쿵쾅거리며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휴우~~ !!!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뱉으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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