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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Dec 26. 2023

민둥산

산골 일기

민둥산


가을날 몇 날 며칠

왱왱거리는 기계톱 소리

산울림으로 허공을 가르던

그곳, 

하늘 향해 쭉쭉 뻗어가

나만큼이나 살았을 낙엽송

그루터기 남기고

토막 난 채

눈을 덮어쓰고 쌓여있다


'내 산 내 땅'이라고 

파헤치고 잘라낸 민둥

두 발을 땅에 딛고 산

나이로 따지면 반나절도 안 될 

인간들 욕망에 끄집혀 나온 돌 바위

몇 억만 년 아니  천 몇 백 년

못 보던 세상 빛 보게 돼

좋다고 할런가


흙길 걸어서 좋았지만

고라니 오소리 토끼

멧돼지들은 어디로 갈꺼나

마음이 쓰릿저릿 하기도 한 날,

서녘으로 넘어가는 햇살은

부질없이 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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