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알심을 빚으며
동지(冬至)다.
옹심이(새알심)는 왜 빚을까?
새알심은 왜 먹는 걸까?
검붉은 팥죽은 왜 먹는 걸까?
궁금했지만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듣느라 바빴고
동글동글 누가 더 빨리 많이 빚나
내기하느라 바빴는데,
미신인지 관습인지 모르겠는
팥죽 한 그릇에 숟가락 들고
굴뚝 모퉁이 오래된 나무 밑
정짓간(부엌) 디딜방아 나뭇단
그리고 뒷간까지 훌~ 훌 뿌리며
다니시던 할머니 종종걸음 따라
구수한 팥 냄새만 온 집안 퍼지던,
이제는
할머니의 옛날얘기 할머니만의 의식은
묵은 종이처럼 검누렇게 바랬고
팥내음만 그때처럼 집안을 떠도는 가운데,
붉음은 곧 밝음이요 밝음은 곧 어두운 부정의 기운
삿된 기운을 몰아내는 붉은 해 새알심
팥죽!
밝음, 몰캉몰캉한 해를 씹어 삼키면서
내 안의 어둠 부정의 기운을 몰아내는
다짐의 의식(儀式)을 치른다
로마의 동지
동양의 크리스마스
메리, 어둠이 따름따름 사라질 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