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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Dec 22. 2023

새알심을 빚으며

산골 일기

새알심을 빚으며


동지(冬至)다.


옹심이(새알심)는 왜 빚을까?

새알심은 왜 먹는 걸까?

검붉은 팥죽은 왜 먹는 걸까?


궁금했지만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듣느라 바빴고

동글동글 누가 더 빨리 많이 빚나

내기하느라 바빴는데, 


미신인지 관습인지 모르겠는

팥죽  그릇에 숟가락 들고

굴뚝 모퉁이 오래된 나무 밑 

정짓간(부엌) 디딜방아 나뭇단

그리고 뒷간까지 훌~ 훌 뿌리며

다니시던 할머니 종종걸음 따라

구수한 팥 냄새만 온 집안 퍼지던,


이제는

할머니의 옛날얘기 할머니만의 의식은

묵은 종이처럼 누렇게 바랬고

팥내음만 그때처럼 집안을 떠도는 가운데,


붉음은 곧 밝음이요 밝음은 곧 어두운 부정의 기운

삿된 기운을 몰아내는 붉은 해 새알심

팥죽!

밝음, 몰캉몰캉한 해를 씹어 삼키면서

내 안의 어둠 부정의 기운을 몰아내는

다짐의 의식(儀式)을 치른다


로마의 동지

동양의 크리스마스

메리, 어둠이 따름따름 사라질 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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