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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Jan 26. 2024

동창 마을 널나드리, 역사는 흐른다

산골 사람 시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연氏 김氏 집


동창 마을 널나드리, 역사는 흐른다


나말여초 때 불상과 탑도 번듯허니 있지만

어떤 주춧돌은 어느 집 장독받침이 되었고

언제 생긴 절인지 절 이름은 무엇인지  

살았던 승려나 시주자 이름 흔적 또한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어 갸우뚱하다

세력에 끼어 큰 난리를 겪었나 보다 할 뿐인,


서석 내촌 버덩에서 거둔 쌀

대동세로 한양까지 보내기 위해

동창에 쟁여 뒀다가 큰 비에 너브내

강줄기 내촌천도 불어날 때 바리바리

뗏목에 실어 보내고는 뼈 빠지게 농사지어

먹어보도 못한 쌀 한양으로 실려가니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려나 부다 짐작할 뿐인,


사통팔달 역참 마방터가 있어

사람 물건이 무시로 드나들었고

이 마을 저 마을 나라 소식도 따라와

마침내 기미년에는 만세운동이 벌어지고

여덟 열사가 일본군 총에 맞아 돌아가시니

새기고 기리는 뜻으로 팔렬 학교를 세우고

해마다 그날이 되면 만세 삼창 이어지는

동창,

마을 앞 쪽 내촌천 건너 마을에는

널로 다리를 놓고 물을 건넜다던

널나드리말 오백석 부자 연 氏 집이 있었지

처음엔 굽어진 소나무로 ㄱ자 집을 지었고

덧붙여 사랑채 덧붙여 ㅁ자 집이 되었던

ㄱ자 집 기둥보다 ㄷ자 집 기둥이 곧고

ㄷ자 집보다 ㅁ자 곳간이 더 반듯했던 걸 보며

그 작은 마을에서 무려 오백 석이라니

보통 바지런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알겠다


바지런했던 연 氏가 세상을 뜬 뒤

ㅁ자 집은 지관 일을 보던 김 氏가 주인이 됐고

김 氏는 아홉 남매를 낳아 기르고 살았단다


서울 사는 큰아들 사업 자금 대 주느라

부동산 업자에게 ㅁ자 집을 판 김氏는

서울서 사업하던 이氏가 자기가 판 값

배나 더 주고 산 걸 알고는 툭-하면

오만 원이나 밑지고 팔았다며 속상해했다


외양간 곳간에 디딜방아까지 있었던

그 ㅁ자 집은 '여기 그런 집이 있었나!'

할 정도로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내를 건너던 널 다리도 시멘트로 바뀌었으나

큰비만 오면 잠수교가 되었다 

잠수교는 다시 길보다 두 배나 높은 콘크리트 다리로 바뀌고

널나드리 마을은 동창의 강남이 되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했다

동창 마을 널나드리

역사는 흐르고 있다


그 옛날 부잣집 부자 터에서 여섯 해를 살았다.
빈집이었을 때 인연이 되었는데 인연의 실마리가 되셨던 분의 49재가 어제였다. 아, 그러고 보니 그분도 연氏 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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