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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Jan 19. 2024

선물, 나는 명품이 좋더라

별별 생각

받은 선물들


선물, 나는 명품좋더라 


가끔 뉴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선물을 빙자한 뇌물' 이야기가 있다.

계산이나 불순한  의도(?)가 들어있지 않아야 선물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뉴스에 나오는 선물 이야기는 뇌물이라 해야 맞는 말이겠다.

하여, 선물에 대해 생각과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선물은, '가격이 얼마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가(샀는가)'가 더 중요하고, 받을 사람을 떠올리며 준비했다는 사실에 더 가치가 있다.

나는 선물을 좋아한다. 주는 것도 좋아하고 받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받은 선물 가운데는 물건은 없지만 선물 받을 때의 모습만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도 있고 기억과 함께 물건도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모두가 내게 필요하겠다 생각하고 그렸거나 만들었거나 산 물건들이다. 직접 만든 찻잔 받침, 장식품, 수놓은 손수건이나 행주, 매듭을 지어 만든 염주나 손바느질로 만든 책갈피, 뜨게 모자, 커피나 효소나 청이 있다. 아, 그림과 자수 사진 액자도 있다.


그리고 내 물건 가운데는 (중고지만) 승용차와 노트북이라는 고가의 물건도 있다. 승용차는 아주 낡아서 2,3년 밖에 타지 못하는 것도 있었고 7년 가까이 타는 것까지 세 번이었는데 모두 선물이었다. 노트북도 처음 한 번은 내가 샀으나 그 뒤 두 번은 선물로 받아 쓰고 있다.

선물을 한 이는 돈이 많은 부자도 아니었고 형편이 넉넉한 이도 아니고 내게 잘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다. (아무 영향력 없고 잘 보여야 할 이유도 없는 그저 그런 산골 사는 중일뿐이니) 필요한 걸 사주고 싶었을 뿐이었단다. 어여쁘고 아름다운 마음이 전해져 잘 받았고 잘 쓰고 있다.


받은 선물들

남의 나라 사람이지만 인연이 되어 (말 그대로)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일본 가정집에서 며칠 보내면서 인연 된 이들이 있었는데 헤어질 때 이쁜 편지지와 봉투, 과자, 손으로 만든 손가방이나 수건을 선물로 주었다. 호주에서 한 달 살면서 어느 가족을 만났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데 집에서 잼을 정성껏 만든 뒤 카드에 편지 쓰듯 써서 함께 주었다. 나와 헤어질 때는 손수 만든 비누를 주었다. 또 다른 이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모자를 주었다. 인연 있는 베트남 지인 집에서 보름을 지내다 헤어질 때는 유명한 커피를 주었고, 미얀마에서 몇 년 산 뒤 헤어질 때는 직접 농사지어 만든 간식거리, 직접 그린 그림, 이름난 기념품을 주었다.

하나 같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정성 듬뿍 이라 특별하게 생각되었고 주고받음에도 서로가 기뻤다.


나도 선물을 줄 때가 있다. 재주가 없어 직접 만들지는 못해도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그에게 필요하거나 어울릴 것을 생각해서 부담스럽지 않은 걸로 고르고 골라 주는 편이다.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부담 없이 줄 선물로 만들어지는 것들도 있다. 관광지에 많이 있다.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동남아에서는 살거나 가본 적이 있다. 그곳은 노동의 품삯이 싸다 보니 선물용 기념품 가격도 싼 편이었다. 그러나 그건 우리나라 기준으로 본 것이고, 아무리 싼 것일지라도 그 나라의 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하루 품삯에 맞먹거나 며칠 품삯, 또는 한 달 품삯 몇 달 품삯일 정도로 비싼 편이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귀하고 특별한 것도 있다.

그런 생각으로 그 나라 사람들이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든 것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려고 살 때가 있다.

마음에 드는 지역 특산품을 만나 누군가에게 주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나중으로 미루다 보면 다시는 만나지 못하기에 ) 아예 사서 들고 다니거나 사둘 때도 있다.

‘음료수라도 사 드세요~’ 하며 용돈을 주신 분들께 작은 뭔가라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받을 사람을 헤아려가며 필요한지 안 한지를 살피며 가는 곳곳마다에서 어디에 어떻게 쓰일까를 생각하고 누가 쓰면 좋을까, 누가 좋아할까를 생각하며 사곤 한다.


2,30년 전만 해도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일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스님들 거의는 신도들에게 줄 합장주를 사 오곤 했다. 그때만 해도 신도들이 아주 기쁘게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동남아 여행이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일보다도 더 흔한 일이 된 데다가 동남아 물가가 싸다는 걸 알고 합장주는 선물 축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며, 성지순례나 불교유적지를 갔다가도 아예 선물을 안 사고 돌아온 뒤 유명한 밥집에서 다 같이 밥을 한 끼 사 먹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는데..., 나는 여전히 고르고 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가 스며 있고, 그 나라 사람들의 손길이 들어 있는 물건을.

받은 선물들

그런 까닭으로 나는, 누군가 어디 여행 갔다가 작은 것이라도 나를 주려고 사 왔다고 주면 여간 반갑고 고마운 게 아니다. 선물이 고맙다기보다는 여행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낄 것들도 많은데 나를 생각해 주었다는 사실이 고마워 감동을 한다.


선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만 쓸모 있기도 하고 쓸모없기도 하다. 기분 좋기도 하고 그저 그렇기도 할 때가 있겠지만, 크기나 모양 값이 중요하지는 않다. 선물의 가치는, 그 나라의 화폐 가치로도 봐야 하고, 쓸모로도 봐야 하고, 누군가를 떠올린 정성까지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는가에 따라  감동의 크기나 여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는 이들과 미얀마 순례를 한 적이 있다. 일주일 동안 문제나 사고 없이 잘 다녀준 것이 고마워 선물을 준비했다. 미얀마 북쪽에 있는 인레 호수에서 나는 무명천으로 인따족 여인을 본떠 만든 수건을 주면서,

“인레에 오셨던 기념으로 인따족 여인 한 명씩 데리고 가세요~”라며 전했다.

그냥 걸어두어도 좋겠고 부엌에서 가볍게 손 닦을 때 써도 괜찮을 듯하여 샀는데 싫다고 인상 쓰는 이가 없어 내 마음도 좋은 선물을 받은 듯 흐뭇했다.

받은 선물들

이른바 명품이라 일컫는 이름난 브랜드여야 하고, 값이 싸면 안 되고,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 할까 안 들어할까를 먼저 고민한다면, (좋은 마음이 들어간 물건) 선물이 아니라 그저 부담스러운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선물의 가치가 어그러진 셈이다.


선물은, 주는 이도 기분 좋고 받는 이도 기분 좋아야 한다. 뿐만이 아니라 서로 부담이 없어야 한다. 주는 이만 좋거나 받는 이만 좋거나 식으로 한쪽만 좋아서는 안 된다.

세상 살다 보면 선물을 주어야 할 때도 있고 받아야 할 때도 많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필요할 걸 생각하고 잘 쓰거나 어울릴 것까지 생각하는 선물이라면, 그야말로 진짜 명품 선물이다.


명품이 괜히 명품인가!

똑같은 게 하나도 없이 손으로 한 올 한 땀, 조각 하나 선 하나 부품 하나마다 마음 기울이고 정성 들여 만들었다고 명품 아니던가.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늘 명품 선물을 많이 받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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