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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흐드러져야 하는 6월에

산골 일기

by 버폐

감자꽃 흐드러져야 하는 6월에


마당을 나서 몇 발자국만 나가면

펼쳐지는 너른 밭엔 감자꽃

풀꽃향이 넘실대는 향누리달

메밀로 이름 떨치는 봉평이어도

메밀꽃 필 무렵은 몇 달 뒤의 일

이글거리는 볕 아지랑이 스멀대니

봉긋해져야 할 까만 비닐 속 이랑이

아직 엉덜 멍덜 움푹 홀쭉하다

바야흐로 6월

이곳은 감자꽃이 흐드러져야 하는데,


6월을 일컫는 말은 여럿이다

호국 보훈의 달도 그 가운데 하나고

전쟁이 일어났던 날이 있고

목숨을 잃은 님들을 기리는

현충일도 있다

어느 밥집에서 젊은이들이 주고받는다


젊은이 1

"야, 현충일이 뭐 하는 날이냐?"


젊은이 2

"빨간 날, 노는 날!"


젊은이 1

"인마, 그건 나도 알아. 근데

왜 노는 날이냐고?"


젊은이 3

"위인들을 기리는 날이니까."


젊은이 1,2,4

"무슨 위인?"


젊은이 3

"한국을 빛낸 100 명의 위인들 있잖아."

참견하고 끼어들고 싶었지만

참았다


인디언 체로키족 말로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


6월이

얼마 안 남았다

감자꽃은 피자마자

시들어지고

볕의 뜨거움이 8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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