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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Sep 10. 2024

누가 묻는다면

산골 일기

왜 여기에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내 고향이라서 그래요

고향이 봉평이라서 그래요

물속에서 눈을 뜨고 모래 바닥에

거뭇거뭇 박혀있는 골베이°를 줍고

드리운 버드나무뿌리 갈대 뿌리 사이를

더듬더듬 더듬으면 하얀 조개가 나오던

남안동 냇물에서 놀던 추억이 있어서 그래요


아름다움을 본 것도 죄라면 죄°라던

영화 '수라'의 사람 주인공의 말처럼

어릴 때 보았던 아름다움이 죽어가고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깝고 아파서 그래요


논은 별로 없고 밭도 기슭밭이 거의고

되는 곡식 농사로는 메밀이 최고며

추운 날씨로는 으뜸이요 버금인 봉평을

해마다 날마다 이효석이라 쓰고

메밀꽃 축제라 이름 지어 부르며

물질 자본 돈을 최고 가치로 여기면서

돈벌이될 것신경 써서 그래요


돈 될 일 돈 될 사람만 반기는 세상 속

따스한 추억 안고 있는 사람들이

"이십 년 전에는 안 그랬는데..., "

"옛날엔 안 그랬는데..., "

- 던진 소리에 부끄러워서 그래요


입장료 냈으니까 본전 빼려마음에

하나라도 더 봐야 손해 안 본다

구석구석 쉼 없이 빠짐없이 돌면서

사진 찍느라 지친 이들이 경계하며

피하듯 지나치려 할 때 잠시 그늘에서 

쉬어가라 자리 내주고 싶어서 그래요

차 한 잔 내주고 싶어서 그래요


'셀러브리티' 아니 '셀럽'만 알아주는 세상

먼저 불러주기는커녕 알아주지도 않고

시키지 않아도 제 주머니 비워가며

사라져 가고 말라비틀어져가는 가치로움

찾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그래요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죄

아니, 덕분으로.




* 골베이 : 다슬기를 일컫는 봉평 말
* 아름다움을 본 것도 죄라면 죄 : 오동필 님은 새만금의 생태가 어떻게 망가져갔는지,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삶도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았기에 마지막 남은 갯벌 수라의 생태 환경 보전을 지키려 앞장서 애쓰는 분이며 지금은 아들 오승준도 생태환경 보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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