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詩
심지 않고 캐내련다
용평면, 지난겨울 이사와
오랍드리 정리로 봄을 맞는다
깨진 시멘트 그릇 유리 쇳조각 쓰레기들
캐다가 반나절 한나절이 휙 가버린다
홍천군 내촌에 살 때나
평창군 봉평에 살 때나
꽃을 심으려고 감자를 심으려고
흙을 파면 어김없이 나오는 쓰레기들...,
어느 논설위원 曰
젊은이들이 망친 나라
노인들이 다시 일으켜야 한다
무지의 인식으로 나이만 먹었지
얼마나 자연을 망치고 있는지 모르는
잘못된 발언이지
온갖 것 흙 속 땅속에 묻으면
거름이 될 거라 믿는 건지
보물이 될 거라 믿는 건지
지난겨울 옥수수 대 뿌리 잔뜩 쌓아둔 곳
대와 뿌리 걷어 내고 호미질 삽질 할라치면
'그냥 팍 묻어'버린 무지의 결과들이
삽날 호미날을 막아선다
뭐 심을 거냐고들 묻지만
심기는커녕 캐내기만 해야 할,
손목이 시큰 팔이 뻐근해지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