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은 진심이었어

산골 일기

by 버폐

그 순간은 진심이었어


누군가 찾아와서 씩씩 거리며 말합니다.

"그때 그랬다니까! 분명히 봤고, 분명히 들었어요."


살다 보면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들이

나를 괴롭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만 같습니다.


약속을 안 지켰다고요?

속였다고요?

욕을 했다고요?

손해를 입혔다고요?

바람을 피웠다고요?


그렇더라도 속상해하지 마셔요.

그저 반응하지 않을 뿐이면 됩니다.

그렇더라도 미워하지 마셔요.

그저 가까이하지 않을 뿐이면 됩니다.

그렇더라도 화내지 마셔요.

그저 상대하지 않을 뿐이면 됩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어쩌면

나로부터 비롯된 일일 수도 있거든요.


사상이나 이념이 다르다고 험한 말 쏟아 내고,

마음에 안 든다고 거친 말 퍼붓고,

말로 몇 번이고 헐뜯고 죽이고 짓이기고,

눈앞의 이익 따라 등 돌리고 아첨하고 고개 숙이며,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거나 죽였다면,

주지 않는 남의 것을 빼앗고 훔치고 가로챘다면,

남을 희롱하고 추행하고 폭행했다면,

거짓말 이간질 거친 말로 남을 아프게 하고 괴롭혔다면,

그의 사람답지 않은 '온갖 짓', 그미의 사람답지 않은 '온갖 짓' 비난받고 손가락질받아 마땅하지요.

도리에 어긋나고 상식에 '어긋나는 짓'을 한 게 분명한 사실이라면, '그 짓'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의 짓'이 지금도 그렇던가요?

순간 찰나 늘 그렇던가요?

순간 찰나 스치고 가는 바람 같고

순간 찰나 바뀌는 구름 같지는 않던가요?


그때 그 순간만 야차(夜叉) 아니던가요?

그때 그 순간만 수라(修羅) 아니던가요?

그때 순간만 지옥 아귀(餓鬼) 아니던가요?

그때 그 순간만 짐승 아니던가요?

그때 그 순간만 천사 아니던가요?

그때 그 순간만 사람 아니던가요?


때와 상황 대상에 따라 바른 생각 않고

때와 상황 대상에 따라 바른 행동 않고

때와 상황 대상에 따라 바른 마음 안 쓰면

언제든 짐승 수라 야차 아귀가 되고

언제든 훌륭한 인간 천사도 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오롯하게 사람이면 좋겠지만

여덟 바른 사람의 길 가지 않으면

여섯 갈래의 길바닥에서 일어났다 사라졌다

도돌이짓 되풀이하면서 못 벗어나는 법이니까요.


있잖아요, 누구나 '그 순간은 진심'이었던,

오롯이 사람이었을 때가 있는 법이거든요.

'나' '너' '우리' 모두!


그런데 '그 순간만 사람'이 아닌 늘 사람이고자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대단하다' 하고요, '본받을 만하다' 하지요. 나이가 들었다면 '어른'이라고 합니다.


늘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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