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치(Avicii)를 아세요?
서울은 나이가 들수록 7080 노래를 즐겨 들었다. 레트로를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가 젊은 시절에 듣던 노래들이다. 7080을 다 섭렵하고는 윤복희(1946년생), 이미자(1941년생), 패티김(1938년생)의 노래를 들었고 1926년에 발표된 윤심덕의 '사의 찬미'까지 들었다(29살의 나이에 현해탄에 몸을 던진 것을 알아서인지 밤에 들으면 좀 으스스하다). 이렇게 과거로만 회귀하면 '수궁가'까지 들을 듯하여 서울은 최근 노래들을 알아봤다.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최신가요, 인기가요, 요즘 뜨는 노래들을 다 들어 보아도 썩 내키지 않았는데 드디어 한 뮤지션을 발견했다.
팀 베릴링(Tim Bergling). 1989년생 스웨덴 출신으로 가수라기보다는 DJ이자 프로듀서로 장르는 EDM에 속한다고 한다. 중학교 때 친구로부터 EDM을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알게 된 후, 푹 빠져 살다가 이름을 알리게 된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비치를 예명으로 삼았다(아비지옥의 그 아비다. 원래 스펠링은 Avici인데 누가 이미 쓰고 있어 Avicii로 했다). 그의 노래에는 열패감이 있고 자각의 순간이 있으며, 비상과 반동을 꿈꾸고, 반역과 폭동의 환희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자각이 한번 더 있다. 마치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길버트가 어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소도시 '엔도라'를 마침내 떠날 때의 감정, <델마와 루이스>에서 두 여인이 손을 맞잡고 절벽에서 떨어질 때의 느낌 같은 거 말이다.
아비치가 작곡한 모든 앨범을 듣고 그의 발자취를 쫓던 서울은 충격에 빠졌다. 오만 무스카트에 있는 한 호텔에서 2018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어제 알게 되었는데 벌써 떠나버리다니! EDM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고, 월드 투어를 모두 성공시켰으며, 여러 페스티벌에서 수상했으나 1등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이미 있는 노래만으로 충분한데 무엇을 더 잘하려 했을까. 무엇을 더 증명하려 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