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공주
서울은 전래 동화에 나오는 3년 고개 얘기를 좋아했다. 한 양반이 넘어지면 3년밖에 못 사는 고개에서 넘어져 엉엉 울고 있는데 지나가는 꼬마가 얘기를 듣고는 "백번 구르면 되겠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통절한 반성과 성찰, 뼈를 깎는 노력과 각고의 시간을 들이지 않아 참 좋았다. 서울은 용인에게 '3년 고개' 버전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얘기를 해 주었다.
옛날 옛날 먼 옛날에 오로라 공주가 살았습니다. 오로라는 스테판 왕과 왕비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이로 태어난 날, 축제를 선포하고 성대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새로 태어난 공주에게 선물과 축복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숲속의 마녀 말레피센트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것을 그만 깜빡 잊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말레피센트는 축복 대신 저주를 내렸습니다. 16살 생일날, 해가 지기 전에 물레 바늘에 손가락을 찔려 한 없는 잠에 빠질 것이며 진실한 사랑의 키스가 없는 한, 저주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신들은 크게 놀라 나라의 모든 물레를 없애고 공주가 16살이 되기 전까지 숲속 오두막에서 숨겨 키우자고 했습니다. 왕은 대신들의 간청을 물리치며 16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말레피센트의 저주는 누구도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현명한 왕 덕분에 스테판 왕국의 섬유 산업은 구조 조정의 칼날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공주가 잠자는 동안 허리가 아프거나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침대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명하고 세계 유수의 침대들을 수입하도록 했습니다. 한국의 장수 돌침대가 스테판 왕국에 대리점을 낸 것도 이때입니다.
또한 왕국의 모든 남자들은 결혼하기 전에 공주와 한 번씩 키스하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모든 젊은 청년들이 수도로 순례를 하게 되니 도로와 교통망이 확충되었고 숙박업, 요식업도 함께 번창했습니다. 마치 일본 에도 시대의 참근교대와 비슷한 효과가 생긴 것입니다. 키스를 많이 한 공주의 입술이 짓무를까 봐 바셀린의 수입량을 늘렸고 국내 신약 개발도 독려해서 제약 산업 역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16살 생일이 되던 날, 여러 내빈을 불러 함께 성찬을 하고는 공주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원작에 따라 조금 다른데, 길면 100년, 짧으면 몇개월 만에 잠에서 깨어난 공주는 어느 때보다 부강한 나라를 물려받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