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공작의 초상
2024년 Neflix에서 방영되고 있는 <웰링턴 공작의 초상>은 <노팅힐>, <완벽한 가족>을 만든 로저 미셀이 감독하고 짐 브로드벤트와 헬렌 미렌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노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대부분 노년의 로맨스 혹은 '아직 젊은 사람 못지않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회한이나 상념이 아닌 재미있는데 마침 주인공이 노인인 영화를 꼽는다면 2013년 작 스웨덴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이 유명하고 앞으로 <웰링턴 공작의 초상>도 포함해야 하겠습니다.
캠턴(짐 브로드벤트)은 BBC 수신료 거부 운동에 한창입니다. 며칠 전 택시 회사에서 해고되었지만 다른 직장을 구하면 그뿐, 주말이면 쉬고 있는 아들까지 데리고 나가 서명 운동을 벌입니다. 아내 도로시(헬렌 미렌)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이런 일에 이골이 났는지 그닥 기대하지 않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을 돌보기보다 '사회가 어떠해야 한다' 만을 외치고 다니는 아버지가 미울 법도 한데 막내아들 재키(핀 화이트해드)는 불만 없이 아버지를 따르고 함께합니다.
그러다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나폴레옹에 맞서 영국을 구한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가 사라진 것입니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그림이 도난당한 날, 캠턴도 런던에 있었습니다. 다음 장면에서 캠턴과 재키는 집안에 그림 숨길 곳을 찾느라 허둥댑니다. 다른 가족에게 들킬 뻔한 조마조마한 순간이 이어지고 화면은 법정으로 바뀝니다. 풍족하지 않은 영국 소시민의 일상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법정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실화입니다. 국보급에 해당하는 예술품을 인질로 삼아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낸 뒤, 마땅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한 개인이 하겠다고 한 미수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매일의 법정 진술이 매스컴을 뒤덮습니다. 영국의 법률 시스템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너무나 단순한 도난 사건에 대해 여론이 갈리고 논쟁이 일어나는 게 흥미롭습니다. 극화였다면 작위적이라 할 것들이 실화의 힘으로 일어섭니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결과에 미소 짓게 하는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