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가는 어느 날, 서울은 야옹이와 삼백이를 불러다 앉혀놓고 보은 계획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무슨 말이진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기에게 서울은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을 펼쳐 놓고 보통 다른 고양이들이 어떻게 보은 하는지 설명했다. 우리 보고 용인을 결혼시켜 달라는 뜻이냐고 묻기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에 필적할 만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옹이와 삼백이는 등을 돌린 채 얼굴을 맞대고 상의했다(결혼 선물로 보내진 삼백이는 돌아왔다. 광주와 직장 상사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야옹이가 먼저 겨울철 실내 온도 22도를 참고 살겠다고 했다. 서울은 네가 참든지 말든지 온도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삼백이가 화장실을 하루 한 번만 사용하겠다고 했다. 오래 참을수록 굵기가 굵어져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야옹이는 먹는 양을 줄이겠다고 했다. 어차피 사료값은 광주가 내고 있어 상관없고 보은의 의미는 내핍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에게 실질적인 보답을 하는 거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둘은 다시 얘기를 나누더니 아래와 같이 제출했다.
1. 텔레비전 리모컨을 갖다 주겠다.
2. 전등 스위치를 끄겠다.
3. 고양이 카페에 출근해서 알바를 하겠다.
4. 용인이 핸드폰을 몰래 보지 않는지 감시하겠다.
5. 시험 기간 동안 용인과 함께 밤을 새우겠다.
계획서를 본 서울은 흡족했다. 특히 알바를 해서 돈을 벌어온다니 대만족이다(강아지 카페는 강아지를 데려가는 곳이고, 고양이 카페는 고양이가 없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만질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동네 고양이 카페가 문을 닫았다. 다른 동네는 고양이가 걸어가기에 너무 멀다. 4번과 5번은 용인이 공부를 하지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1번과 2번은 여전히 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