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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삶

by 애프릭

서울은 화려한 삶을 살기로 했다. 먼저 마우스를 바꿨다. 회사에서 지급된 검은색을 버리고 민트색을 샀다. 너무 튀는 것 같아 아이보리로 하나 더 샀는데 그립감이 좋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쓰던 볼펜을 멀리하고 만년필을 샀다. 청색 잉크는 파란 만년필에, 붉은 잉크는 빨간 만년필에 담았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양말을 사기 시작했다. 검은색에서 벗어나 카키, 베이지, 코코아색 양말을 샀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 멜란지 컬러 5종을 더 샀다. 광주는 짝을 맞춰 개기 힘들다며 당장 멈추라고 했지만 비비드 컬러 5종을 결제한 후였다. 양말을 끝내면 우산을 살 예정이다. 원단 끝부분이 다른 색으로 마감된 파스텔 톤의 예쁜 우산들이 많다.



서울은 나비넥타이를 매는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아들은 가뜩이나 말을 더듬어 놀림을 받는데 아버지 마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니 힘들어 죽겠다고 푸념했다. 소설 말미에서 작가는 사람들이 그의 나비넥타이만 보고 시선을 멈추기 때문에, 특이한 복장이나 행동이 좋은 방어 기제가 된다고 했다. 서울이 그런 복잡한 생각까지 한 것은 아니다. 회사 사람들이 자기를 언급할 때, 노란 양말을 신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기억하기 쉬울 것이라고 여겼다. 용인이 길에서 원색의 양말을 신은 사람을 보면 자기를 떠올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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